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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데 끝까지 봤다"…1화부터 154만 터진 '드라마' [트렌드+]

입력 2026-09-30 19:32   수정 2026-09-30 19:59


1화부터 조회수 154만회를 넘어선 유튜브 드라마가 나왔다. 3화에는 유료 광고도 붙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장면을 촬영한 장소도, 배우도 없었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공개된지 한 달도 안 된 AI 숏드라마 '빙의는 했는데 얼굴이 따라왔습니다'의 이야기다.

30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AI로 만든 드라마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다. 로맨스판타지(로판)부터 하이틴, 사극, 미국 드라마까지 경계 없이 제작되고 있다. AI 콘텐츠 전반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은 가운데, AI 숏드라마에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몰입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세계관을 AI로 만들어내면서, 일부 콘텐츠에서는 기술적 어색함이 일종의 '시적 허용'처럼 받아들이는 특징도 보였다. 네이버시리즈 등 콘텐츠 기업과의 광고 협업 사례까지 나오면서 AI 숏드라마를 둘러싼 시장 관심도도 커지고 있다.
"어색한데도 끝까지 봤다"…AI 숏드라마에 무슨 일이

AI 숏드라마에 대한 관심도는 지속해서 증가했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AI 숏드라마 언급량은 지난 6월 94건에서 9월 565건으로 약 6배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은 제작자들이 작품을 올리는 주요 공급 채널로 8월 초에 언급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8월 말경 커뮤니티에서 언급량이 늘어나 인스타그램에서 AI 숏드라마를 본 후 커뮤니티에서 시청 경험을 공유하는 시청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썸트렌드의 분석이다.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언급량 분석 결과, 시청자들은 이질감·거부감보다 몰입·도파민을 8.4배 더 언급했다. 한 시청자는 "주인공 얼굴이 장면마다 달라지고 어색한 부분이 많아도 막상 끝까지 다 봐 또 다음 편이 궁금해진다"고 했다.


오히려 'AI스러움' 자체가 재미가 된 경우도 있었다. '빙의는 했는데 얼굴이 따라왔습니다'에서는 "이건 더빙까지 AI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대유쾌마운틴에 진입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기술적 결함을 무조건 감점 요소로 받아들이기보다 콘텐츠의 일부로 소비하는 반응이다.

이는 AI 콘텐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대중 반응과는 대조적이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3~9일 전국 15~59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셜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AI 콘텐츠를 접했을 때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인위적이고 어색하다'(49.9%)였다. AI 사용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경우 '속은 기분이 든다'고 답한 응답자도 33.8%였다. AI 콘텐츠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응답은 85.6%에 달했다.


AI 숏드라마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데는 장르적 특성이 한몫했다. 썸트렌드는 판타지·사극처럼 현실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가 적은 장르에서 AI가 먼저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의 어색함보다 몰입감 있는 이야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빙의는 했는데 얼굴이 따라왔습니다'도 로판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즐겨 읽던 로판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중세 유럽풍 대저택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 등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촬영 장소와 세트, 배우가 필요한 장면들이 AI로 만들어졌다. 다만, 소설 속 미녀 주인공으로 빙의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클리셰를 비틀어 스토리에 차별화를 뒀다.

AI 로판 드라마 채널 '윙카디아'도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앞세운다. 네이버시리즈와 함께 웹소설 '로제타'를 실사화한 광고 콘텐츠는 공개 5일 만에 조회수 22만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AI 숏드라마를 둘러싼 제작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는 오는 21일부터 한국·미국·일본을 대상으로 총상금은 2만달러(약 3000만원) 규모의 글로벌 AI 숏드라마 공모전을 열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어떤 기술로 만들었느냐 아냐"
제작자 사이에서는 AI 숏드라마의 경쟁력은 'AI라서'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빙의는 했는데 얼굴이 따라왔습니다'를 만든 '스튜디오 스틸컷' 제작자는 기술보다 콘텐츠를 강조했다. 제작자는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면 반응이 좋다"며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이나 3D 캐릭터에도 몰입하고 애정을 느낀다. AI 콘텐츠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며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지 어떤 기술로 만들었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AI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차별점이 되기 어려워지고, 이야기와 캐릭터, 인간의 경험이 콘텐츠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작자는 "AI 콘텐츠라는 구분은 의미가 없어질 것 같다"며 "AI가 발전하는 만큼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의 수준도 같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 결국 AI가 못하는 것이 희소해질 것이다. 아마 인간의 감정, 개인의 경험과 관련된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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