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부터 증권업계에 해외투자 마케팅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일부 증권사에서 유튜브나 블로그 및 투자권유대행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해외주식 수수료·환전 판촉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일률적인 해외투자 마케팅 제한 조치가 이 같은 ‘뒷문 판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증권은 최근 사내에 해외주식 편법 판촉 사례가 없는지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이 회사 소속 정직원 A씨의 해외주식 편법 판촉 사실을 적발한 뒤 DB증권에 관련 후속 조치를 요구하자 뒤늦게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이다.
A씨는 구독자 수가 25만명인 한 유튜브 채널에 DB증권 계좌 개설 안내 링크를 끼워 넣는 식으로 해외주식 거래 및 환전수수료 할인을 판촉했다. 해당 링크에는 DB증권 주식 계좌를 개설할 때 A씨를 추천인으로 기입하면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를 평생 0.04%로 맞추고 환전수수료 0원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지점 협의수수료를 책정하는 식으로 고객들에게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DB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관련 조치가 있어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사항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KB증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KB증권 소속 투자권유대행인인 B씨는 블로그를 통해 KB증권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할 때 자신을 추천인으로 입력하면 수수료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시정을 요구하자 KB증권은 자사 소속 투자권유대행인 중 비슷한 사례가 없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KB증권 관계자는 “해당 투자권유대행인을 통해 실제 별도의 수수료 혜택이 제공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선 DB증권과 KB증권이 기본적으로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유튜버나 투자권유대행인의 업무 관련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금감원의 지적 전까지는 A씨와 B씨 사례를 인지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령이 이러한 편법 판촉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라고 조치했다. 이번에 DB증권에서 문제가 됐던 직원 A씨도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이벤트 자제 요구'를 근거로 수수료 할인 혜택을 판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금감원은 올해 3월까지 해외주식 마케팅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공식 해외주식 마케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해외주식 마케팅 제한이 사실상 '비공식 규제'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월 이후에도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도 마케팅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공식 이벤트를 막자 영업 현장은 대행인과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뒷문 유치로 옮겨갔다"며 "당국이 직접 회사의 마케팅을 막는 것도 사실은 바람직하진 않다"고 했다.
심우일 기자 goodwi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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