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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싸다고 좋은 게 아니다"...'빅쇼트' 버리 제자 '일침'

입력 2026-10-04 07:53   수정 2026-10-04 08:02


한국 주식이 글로벌 증시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기회를 찾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회사 포메리움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필 클리프턴(Phil Clifton)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경영진의 유인 구조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리프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투자자 마이클 버리의 제자로 알려졌다. 버리가 이끌던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에서 버리 외에 마지막까지 남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활동했다. 버리는 그를 “뛰어난 젊은 인재”이자 “탁월한 사상가”라고 평가했다.

이번 발언은 클리프턴이 지난 8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약 20개 기업을 직접 만난 뒤 나왔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처음 보면 자본주의의 천국처럼 보인다”며 “건전한 이익률과 탄탄한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저평가된 주가가 반드시 주주 가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글로벌 경쟁사보다 큰 폭의 할인가에 거래되는 한국 기업이 적지 않지만, 기업가치 상승의 과실이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지 않는 ‘가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특히 창업주 일가가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에서는 경영진과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증여세 부담도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로 꼽았다. 일부 경우 세율이 최대 60%에 이르는 데다 상장사 지분에 대한 과세가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지면서, 지배주주 일가가 주가 상승을 반길 유인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환경이 기업의 자금 활용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거나 본업과 관련성이 낮은 사업에 투자하면서도 배당 등 주주환원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기업의 주식을 “이자도 주지 않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영구채”에 비유했다.

일본 증시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일본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추진한 저평가 해소 정책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면서도 “일본의 밸류에이션 할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규모가 작고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한국 증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에 힘입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여기에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며 코스피는 올해 6월 고점까지 100% 넘게 상승했지만, 이후 탄력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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