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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김훈의 책장엔 무엇이 꽂혀 있을까… ‘책의 자리’展

입력 2026-10-01 15:51  



한강, 김훈, 황석영의 책장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한 사람이 오랫동안 읽어온 책들은 취향을 넘어 그가 걸어온 지적 여정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책의 자리마저 흔들리는 지금, 책은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 '책의 자리'가 경기 의정부역 4층 의정부문화역 이음 이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개막한 전시에는 성지연·임수식·소소영·콰야 등 작가 4명이 참여해 사진과 회화로 책과 읽고 쓰는 삶을 조명한다. 오는 30일까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임수식의 '책가도' 연작이다. 타인의 책장을 여러 구간으로 나눠 촬영해 한지에 인화한 뒤, 물을 묻혀 찢고 실로 하나하나 꿰맨다. 조선 후기 유행한 책가도를 사진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강, 김훈, 황석영, 김홍신, 김용택 등 문인들의 책장을 만날 수 있다. 책장에 꽂힌 책과 사물을 살펴보며 작가의 관심사와 지적 궤적을 짐작해볼 수 있다.

책을 바라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성지연은 연출 사진을 통해 새로운 책을 펼칠 때처럼 낯선 세계와 마주하는 순간의 긴장감을 포착한다. 소소영은 전통 책거리의 다시점적 구도와 대담한 색채로 책과 사물에 얽힌 기억과 욕망을 그린다. 콰야는 오일파스텔과 유화로 읽고 쓰는 사람들의 내면을 담았다. 그의 그림에서 책은 탐구의 대상이자 버팀목, 고독의 동반자다.

AI 시대라는 전시의 문제의식은 임수식의 '바벨' 연작에서 선명해진다.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2011~2014년 제작한 작품이다. 글자가 지워진 흰 책들이 도시와 바다, 숲과 들판을 떠돈다. 무한한 정보 속에서 정작 가치와 의미는 희박해지는 역설을 떠올리게 한다. AI가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언어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오늘날 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26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종이·표지·여백·서체 등 책을 이루는 요소를 재해석한 연계전시 '책으로부터'도 함께 열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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