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서 입던 ‘로카티’가 패션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군인 신분을 확인하면 버거 세트를 무료로 주거나 반값에 판매한다. 국군의 날을 맞은 유통·외식업계의 장병 대상 활동이 물품 후원에서 패션 협업과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까지 넓어지고 있다. 군 복무 경험과 소속감, 휴가·외출 때의 소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략하는 모습이다.

무신사는 1일 오전 11시 대한민국 육군과 협업한 두 번째 에디션을 단독 출시한다. 육군을 뜻하는 ‘로카(ROKA·Republic of Korea Army)’ 로고와 호랑이 그래픽을 활용한 의류·잡화 다섯 종류다. 풀오버 피스테와 와플 풀오버 후드 티셔츠, 그래픽 숏 비니, 그래픽 반소매 티셔츠, 웜업 자켓으로 구성했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군의 상징을 일상에서 입고 싶은 디자인으로 바꾸는 데 있다. 기존 로카티가 군 복무의 기념품 성격이 강했다면, 무신사는 소재와 실루엣을 다듬어 운동과 주말 외출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확장했다. 현역 장병뿐 아니라 전역자와 밀리터리 패션을 좋아하는 소비자까지 고객층을 넓힐 수 있는 방식이다.

첫 협업에서 초기 수요도 확인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선보인 에디션은 발매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준비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팔렸다. 발매 일주일 기준 블랙 색상 패커블 윈드브레이커의 상품 페이지 조회수는 3만 회, 타이거 메시 반소매 티셔츠는 1만9000회, 트레이닝 쇼츠는 1만1000회였다.
두 번째 에디션은 이러한 관심을 계절별 구매로 연결하려는 구성이다. 반소매 티셔츠와 경량 바람막이에서 후드 티셔츠·피스테·비니로 품목을 넓혀 가을·겨울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회성 협업으로 끝내지 않고 로카 디자인을 반복해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군으로 만드는 셈이다. 군 장병 전용 앱 ‘밀리패스’ 인증 고객에게는 최대 5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군을 소재로 한 상품에 실제 장병을 위한 혜택을 붙여 협업의 설득력을 높였다.

무료 제공은 가격 부담 없이 대표 메뉴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할인보다 첫 방문의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품을 맛본 고객의 재방문이나 동행인의 추가 구매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다만 실제 신규 고객 유입과 재방문 효과는 행사 이후 확인해야 한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빅맥 세트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역병은 나라사랑포털, 현역 간부와 군무원·국방부 공무원은 맞춤형복지포털 앱에서 인증번호를 발급받아 맥도날드 앱에 등록하면 쿠폰을 이용할 수 있다. 장병 대상 혜택을 자사 앱 이용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매장 방문뿐 아니라 앱에서 주문과 쿠폰을 사용하는 경험까지 만들 수 있다.
부대 안으로 찾아가는 물품 지원은 매장 판촉과 성격이 다르다. 판매보다 기업과 제품에 대한 친숙함을 쌓고 관계를 이어가는 데 무게가 실린다. 맥도날드는 거제 지역 수해 복구에 참여한 육군 제39보병사단 장병들에게 ‘행복의 버거’ 600인분을 전달했다. 아들과 동료 장병들을 응원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사연을 받아 진행했다. 지원 대상을 고객의 이야기로 선정해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다.

세븐일레븐은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 에너지음료와 비타민음료, 라면, 스낵 등 4000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전달했다. 재난 복구와 대민 지원에 참여한 장병들을 고려한 구성이다. 회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이어온 ‘나라사랑 캠페인’의 군부대 후원은 누적 50여 회, 6억원을 넘어섰다. 반복적인 지원은 특정 기념일에 집중된 행사보다 장기적인 관계 형성에 유리하다.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소비자인 병사뿐 아니라 식재료를 조리하는 인력에 주목했다. 해군 기술행정학교 조리중급반을 대상으로 임희원 셰프의 쿠킹클래스를 열고 육우 들깨 시래기찜과 육우 떡갈비 퀘사디아를 시연했다. 단순히 육우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급식 현장에서 활용할 조리법을 전수해 향후 메뉴 개발과 사용 확대를 꾀하는 방식이다.
다만 장병 대상 마케팅의 성과는 할인율이나 후원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패션 협업은 후속 상품의 판매와 고객층 확대, 외식 행사는 신규 방문과 재방문, 급식 교육은 실제 식재료 사용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군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가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으로 연결될 때 일회성 행사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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