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쳤어, 미쳤어, 어떻게 저렇게 해."
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 한 남성이 코리아나호텔 옥상과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사이를 이은 외줄에 몸을 맡긴 채 발을 떼기 시작했다. 지상 120m, 아파트 약 40층 높이였다. 건물 사이 길이는 축구장 한 개 반에 달하는 160m였다.
점심시간 사원증을 목에 건채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회사로 돌아가던 회사원들도, 서울 여행을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묘기를 보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고 온 노인들도 일제히 상공에서 무게중심을 잡는 그를 바라보았다. 팔을 휘청이면서 걷다 잠시 줄 위에 앉았을 때는 "우오오오"하는 우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줄 아래는 그물망도 없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한순간에 집중시킨 그는 슬랙라인 세계 챔피언을 3번 차지한 얀 루스(34) 선수였다.

루스는 15분 만에 코리아나호텔에서 동아미디어센터로 건너갔다. 동아미디어센터에 다다랐을 때는 바람이 세차게 불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이걸 어떻게 버텨?", "올라가야 해서 난도가 있다", "줄이 휘청인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광화문역 근처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무료한 일상 속 이벤트라 왔다"며 "회사에서도 보고 오라고 해서 동료랑 함께 나왔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국내 도심 슬랙라인 퍼포먼스는 이번이 최초다. 흔치 않은 광경을 보기 위해 청계광장을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머리가 하얗게 센 조모씨(72)는 "이거 보려고 도봉구에서 시간 맞춰 왔다"며 "신기하고 재밌더라. 언제 이런 걸 보겠나"라고 말했다. 6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나가다가 발견해서 오늘 알았다"며 "아들한테 사진 찍어 보내주려고 자리 잡았다"고 했다.

동아미디어센터로 건너간 루스는 카메라에 다시 등장해 바로 코리아나호텔로 발걸음을 뗐다. 돌아가는 길에서 루스는 박쥐처럼 줄에 두 발을 건채 거꾸로 매달리기도, 줄을 한 손으로 잡은 채 버티기도 했다. 이를 넘어 팔굽혀펴기 자세까지 선보였다. 루스가 퍼포먼스를 시도할 때마다 시민들은 잠시 숨을 멎은 채 그를 집중해서 바라봤다. 퍼포먼스 성공 후에는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청계광장 주변 인파도 빠르게 늘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 기준 서울시의회 앞 인구는 1만2000~1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개월간 목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16.3% 많은 수치다.

이번 행사는 익스트림 스포츠 행사로 유명한 레드불 코리아가 주최했다. 레드불은 F1(포뮬러원) 레이스와 암벽 등반, 공중곡예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후원해왔다. 에베레스트 산맥에서 스키타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케이트 램프에서 스키타기 등 익스트림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슬랙라인 행사는 이날 오후 4시에도 한 차례 더 진행된다. 외줄타기 장면은 코리아나호텔 옥외 전광판과 서울시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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