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군복무 경력이 있는 남성 직원에게 입사 때부터 더 높은 직급을 부여해 여성 직원보다 승진 시점을 앞당긴 인사제도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 8월 31일 금융보안원장에게 기존 5급 이하 재직자도 성별과 군복무 경력에 따른 승진상 불이익이 없도록 인사관리 규정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권고는 2022년 금융보안원에 입사한 여성 직원 A씨가 제기한 진정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2022년 당시 금융보안원은 대졸 신입 직원 가운데 군 경력이 없는 직원은 6급 10호봉, 군복무 경력이 있는 직원은 5급 12호봉으로 임용했다. 이에 따라 진정인의 초임은 월 235만116원이었지만 같은 조건의 제대군인 남성 직원은 월 255만3135원을 받았다.
직급 차이는 이후 승진 시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6급 직원은 12호봉에 도달해야 5급으로 자동 승진할 수 있었고, 이후 5급에서 4급으로 올라가려면 다시 4년을 근무해야 했다. 6급 10호봉으로 입사한 여성 직원은 4급 승진까지 총 6년이 걸리는 반면 5급으로 입사한 군필 남성 직원은 4년 만에 승진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같은 시기에 입사해 같은 기간 근무하더라도 여성 직원의 4급 승진이 2년 늦어진 것이다.
진정인은 2024년 10월 임금과 승진 차별을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지만 지난해 2월 기각됐다. 당시 인권위는 군 경력에 따라 초임 호봉을 달리 정한 것을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진정인은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해 2월 기각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고, 군 경력을 임금뿐 아니라 직급과 승진에도 반영한 부분을 별도로 판단해달라고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는 현행 제대군인법에 따라 군복무 기간을 호봉 산정에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군 경력을 호봉에 반영한 데 이어 높은 직급을 부여하고 승진 기간까지 단축한 것은 남성 직원에게 사실상 ‘이중 혜택’을 주는 동시에 여성 직원에게 추가적인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금융보안원은 진정이 제기된 뒤인 2024년 12월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지난해 입사자부터는 남녀 모두 5급으로 임용하고 군 경력이 있는 경우 호봉만 2년 가산하게 했다. 4급 승진 최저소요연수도 남녀 모두 수습 기간 종료 후 4년으로 통일했다.
다만 개정 규정은 기존 직원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진정인은 현재 규정상 2029년이 돼야 4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금융보안원의 임직원 323명 가운데 남성은 232명으로 72%, 여성은 91명으로 28%를 차지했다. 4급 직원 중 남성은 76명(77.6%), 여성은 22명(22.4%)이었다.
인권위 장애차별시정위원회는 “승진에 필요한 기간 자체를 달리한 제도가 장기간 운영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제도가 성별에 따른 승진 격차의 누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