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팔면서도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서는 두 종목을 다시 사들이는 직·간접 병행투자에 나서고 있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피하면서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상승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투자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1일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9월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총 18조3100억원 순매도했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9조6880억원)와 삼성전자(8조6220억원)가 개인 순매도 1·2위였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투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총 4조8310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3조7741억원, SK하이닉스 1조569억원으로 금융투자 순매수 1·2위다. 금융투자 수급은 개인투자자의 간접투자 흐름으로 여겨진다. 개인이 ETF를 사면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가 ETF 구성 종목을 사들이는 구조여서다.
실제 최근 한 달간 순자산 증가 ETF 주요 순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구성 비율이 높은 상품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TIGER 반도체TOP10이 7458억원, KODEX 반도체 4954억원, KODEX 반도체레버리지 2706억원, HANARO Fn K-반도체 2034억원, TIGER MSCI Korea TR 1900억원,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1792억원, ACE AI반도체TOP3+ 1745억원,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1667억원 등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은 처분하면서도 ETF를 통해 다시 반도체에 투자하는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두 종목의 실적 성장 기대가 여전한데도 개인투자자들이 반도체 주식을 대거 처분한 데는 차익실현 욕구와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려는 투자심리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급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개인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외국인 등의 매도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해왔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이 같은 수급 안전판이 약해질 수 있다.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직접투자를 망설이게 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개인들의 반도체주 매도를 단순한 반도체 이탈이 아니라 투자 방식의 변화로 보기도 한다. 개별 종목 중심에서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투자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9월 수출입 동향에서 반도체 수출이 메모리 수요 확대와 수출 물량 증가 등에 힘입어 사상 처음 600억달러(약 82조원)를 돌파하는 등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도 여전하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3.5% 급증한 1209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월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 6월(1020억 달러) 수치를 크게 뛰어넘은 역대 1위 실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8145억 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연간 전체 수출액(7093억 달러)을 조기에 초과 달성했다.
수출액 1209억 달러라는 숫자 자체가 놀랍다는 평이 나온다. 한국 수출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대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1월 658억 달러로 출발한 수출은 3월 700억 달러 고지를 건너뛰고 단숨에 861억 달러에 안착했다. 이어 6월엔 900억 달러를 넘어 1022억 달러를 기록하더니, 이번 9월엔 1100억 달러 선마저 건너뛰고 초유의 1200억 달러대에 진입했다.
전대미문의 성과를 이끈 최전선에는 '반도체'가 자리하고 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62.8% 폭증한 603억 달러로, 단일 품목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도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약해졌다기보다 고점 부담과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투자 방식을 조정한 결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개별 종목보다 분산투자를 선호하는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memo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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