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파는 패션 편집숍의 경쟁력은 대중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먼저 발굴해 소개하는 ‘바잉’ 능력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엔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생 브랜드와 상품 정보가 빠르게 공개되면서 브랜드를 먼저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 요즘 편집숍은 상품을 골라주는 데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브랜드의 옷을 조합해 하나의 ‘룩’을 직접 제안한다. 의류 매장이 ‘입는 법’까지 알려주는 시대로 진화한 것이다.최근 찾은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여성 편집숍 ‘리포먼트’ 매장 내부에 진열된 행거를 들춰보자 옷마다 브랜드가 제각각 달랐다. A브랜드의 아우터에 B브랜드의 니트, C브랜드의 팬츠를 매치하는 식이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한 벌처럼 조합해 볼 수 있게 모아놓은 것(사진)이다.
리포먼트는 마뗑킴 운영사 하고하우스가 선보인 여성 편집숍이다. 르셉템버, 제이청, 리플레인, 어몽, 로우타이드 등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일반적인 편집숍처럼 브랜드별로 진열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여러 브랜드의 디자인과 소재, 핏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매장이 제안한 옷차림을 그대로 입어볼 수 있다.
개별 브랜드가 아니라 스타일을 판매하기 위해 스타일링 전담 팀까지 따로 꾸렸다. 매 시즌 입점 브랜드의 주력 상품이 본사에 모이면 스타일링팀이 옷을 한 공간에 펼쳐놓고 조합한다. 온라인에서 발견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입어 보고 비교하는 데서 나아가 브랜드 간 새로운 조합까지 제안하는 전략이다. 서현경 스타일링팀장은 “색상과 소재, 실루엣, 시즌 트렌드를 기준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벌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편집숍의 경쟁력이 ‘좋은 브랜드를 많이 모으는 것’에서 어떤 취향과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비이커는 협업 컬렉션과 팝업 등을 통해 패션과 문화를 함께 추천한다. 한섬의 EQL GROVE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하나의 주제로 묶는 콘텐츠형 매장을 운영한다. 무신사도 온라인에서 성장한 브랜드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내며 온라인 플랫폼의 큐레이션 기능을 매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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