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약 10만명에 이르는 임직원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각종 법적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합비 집행 과정에서도 잡음이 발생하자 노조 내부에서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노조 활동이더라도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도 책임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사내 시스템 업무를 맡던 초기업노조 한 간부는 약 1시간 동안 2만여회 접속해 직원 정보를 조회하고 명단 파일을 노조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총파업 준비 시기에 명단이 흘러들어간 것 아니냔 추측이 나온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쟁점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개인정보 수집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여부다. 통상 노조 활동의 정당성은 주체·목적·절차뿐 아니라 수단·방법도 살펴 판단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노조 가입 여부를 민감정보로 규정하면서 권한 없는 개인정보 이용·제공을 금지한다.
조합원 명부를 관리할 권한이 있다고 해서 전 임직원 정보를 회사 시스템에서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 미가입자를 구분하는 과정에선 '동료의 사생활'과 '단결하지 않을 자유'도 고려 대상이 된다.
임직원 노조 가입 여부를 조회한 조합원 4명이 송치됐지만 명단 작성이나 유포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개인정보 대량 추출·전달과 단순 조회를 같은 수준에 해당하는 책임으로 규정할 순 없는 만큼 향후 진상 규명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회사가 노조 간부 일을 건드릴 수는 없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흥미로운연구소는 "노조 간부가 연루된 비위가 드러나면 사업장의 반응은 대개 둘로 갈리는데 '노조 일이니 회사가 개입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며 손을 놓거나 '이번 기회에 해고까지 가야 한다'면서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은 노조 간부라도 회사 질서를 침해한 행위는 징계 대상이 되지만 그 징계가 비례를 잃으면 부당징계, 나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초기업노조 사건은 이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법원은 과거 삼성에버랜드 사건에서도 노조 간부의 임직원 정보 유출을 징계사유로 인정하면서 "해고는 과하다"고 판단했다. 징계가 비례를 잃으면 부당징계·부당노동행위 문제로 옮겨붙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만큼 노사가 고소 취하에 합의해도 형사절차는 진행된다. 회사는 개인정보 대량 조회를 감지할 수 있는 접근통제 체계를 점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위원장 측은 가격·납기를 비교해 업체를 선정했고 외부 회계감사도 거쳤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 경우 일단은 노조가 자율적 통제 절차를 거쳐 의혹을 해소해야 회사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노조 자체 감사로 풀어내는 것이 순서란 의미다. 회사가 노조 내부 운영에 관여하면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이 될 수 있어서다.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6개월에 1회 이상 회계감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고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운영 상황을 공표하도록 했다.
하지만 결산 수치만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친인척 거래나 포인트 귀속 등 이해충돌 문제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특수관계인 거래의 사전 승인, 부가혜택의 귀속 기준을 노조 규약으로 정하고 조합원의 감사 요구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김효신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삼성에버랜드 사건에서도 정보 유출이 징계사유로 인정됐지만 해고는 과하다는 판단이 나왔는데 조합원 여부와 관계없는 동일한 기준으로 징계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며 "(조합비 논란의 경우) 특수관계인 거래의 사전 승인과 감사 요구권이 실제로 작동할 때 노조의 자주성도 더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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