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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신 취미에 지갑 연다…美서 번지는 펀플레이션

입력 2026-10-04 18:09   수정 2026-10-12 15:42


여가·오락 비용이 오르고 관련 지출도 늘어나는 ‘펀플레이션’(fun+inflation) 현상이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항공료 상승으로 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 활동으로 여가 비용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미국 소비자의 취미 관련 지출은 전년 동월보다 7.9% 증가했다. 미술·공예용품부터 스키와 하이킹, 캠핑, 스쿠버다이빙 장비 판매 업체까지 취미 지출에 따른 수혜를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관련 거래 건수 증가폭은 3.4%에 그쳐 취미생활을 즐기는 횟수보다 지출액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한 번 소비할 때 쓰는 금액이 커졌다는 의미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조사에서도 비디오·오디오, 반려동물, 스포츠용품, 사진, 오락용 도서 등을 포함한 오락 물가지수가 8월 기준으로 1년간 2.7% 상승했다.

취미 관련 소비는 전체 소비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스포츠용품·악기·서점 매출은 8월까지 1년간 10.7%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소매·외식 매출 증가율(6%)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취미 소비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여행비 급등이 꼽힌다. 이란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치솟아 8월 미국 항공료는 1년 전 동기보다 26.5% 올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94달러로 전년 평균보다 116% 높았다.

여행비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의 관련 비용 지출 계획도 변하고 있다. 미국 PwC의 연말 소비 전망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겨울 휴가 지출액은 지난해 553달러에서 올해 419달러로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행을 계획 중인 응답자 가운데 3분의 1은 항공편 이용을 피하겠다고 답했다.

존 개더굿 영국 노팅엄대 경제학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는 목적이 같은 활동에서 대안을 찾는다”며 “집에서 즐기는 취미가 여행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외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상품 자체보다 활동과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둔 점도 취미 소비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취미용품 구매 역시 특정 활동을 즐기기 위한 ‘경험 소비’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단 와시오렉 모닝스타 수석주식분석가는 “팬데믹이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에서 경험에 돈을 쓰는 소비로 전환되는 것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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