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실적 시즌은 올 들어 처음으로 반도체 외 업종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원화 강세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는 동안 조선·정유·전자부품 기업의 이익 전망은 상향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된 반도체의 실적 부진 우려보다 공급망 병목, 제품 가격 상승 등 업종 내 호재를 이익으로 연결하는 기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새 2조7595억원에서 3조1153억원으로 12.9% 급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83.0% 급증하는 등 실적 개선이 확실시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인 한화오션 등과 합산한 조선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6조9177억원으로 한 달 새 5.3%, 석 달 새 24.7% 늘었다. 과거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이뤄지며 매출에서 고선가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매출과 이익이 모두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정유·가스업종은 3분기 석유제품의 판매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대규모 수혜가 예상된다.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한 달 새 영업이익 추정치가 18.3%, 6.4% 급증했다. 정유사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보유한 ㈜GS도 같은 기간 이익 추정치가 1.3% 증가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유사들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재고 평가손실 인식이 불가피하지만, 정제마진과 윤활기유 마진이 분기 내내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를 보이면서 현재 컨센서스보다도 높은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전방시장인 반도체 제조사보다 최근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의 병목 지점이 핵심 부품까지 넓어진 덕분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수요가 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와 판가 인상 효과가 겹치자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한 달 새 5.1%, 석 달 전보다 32.0% 급증하며 6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각각 3.2%, 1.6% 낮아졌다. 최근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들의 숫자는 더 낮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104조원, 70조원으로 예상했다. 두 회사 모두 컨센서스(109조4939억원, 77조5495억원)를 밑돈다.
다만 메모리 수요 둔화로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 DS투자증권은 두 회사의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이 전 분기보다 각각 16%, 15%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실적 추정치가 하향된 원인으론 달러당 1430원에서 1370원으로 낮아진 환율 가정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메모리 원가 상승, SK하이닉스의 제품 전환에 따른 매출 인식 차이를 꼽았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종 투자자가 이번 시즌에는 당장의 실적 수준보다 경영진의 업황 전망 및 향후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핵심 변수는 이제 3분기 실적보다 4분기 고부가가치 제품 믹스 개선과 2027년 이익 전망치의 상향 가능성”이라며 “범용 D램 가격 및 후공정 원가 상승이 두 업체의 HBM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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