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등이 보훈병원 외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보훈위탁병원' 가운데 올해 보훈대상자를 한 명도 진료하지 않은 병원이 38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용은 늘고 있지만 일부 병원은 사실상 이용이 전무해 실제 의료 수요를 반영한 지정·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보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훈대상자 진료실적이 연간 '0건'인 위탁병원은 2022년 5곳에서 2023년 16곳, 2024년 31곳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30곳이었고 올해 8월까지는 38곳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기준 전국 보훈위탁병원이 1077곳인 점을 감안하면 약 3.5%가 올해 들어 보훈대상자를 한 명도 진료하지 않은 셈이다.
진료실적이 거의 없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연도별 집계를 합산하면 연간 진료실적이 10건 이하인 위탁병원은 74곳, 50건 이하 146곳, 100건 이하 123곳이었다. 같은 기간 폐업하거나 휴업한 위탁병원도 30곳에 달했다.
보훈위탁병원은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 등에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병·의원을 지정하는 제도다. 보훈대상자는 지정 병원에서 진료받고 자격에 따라 진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전체 위탁병원 이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진료인원은 2022년 255만5993명에서 지난해 349만229명으로 36.6%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건수도 351만2596건에서 492만5209건으로 40.2% 증가했다. 국비 부담 의료비는 1110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52.4% 늘었다.
전체 이용이 늘어나는 데도 '진료 0건' 병원이 계속 발생하면서 위탁병원 지정과 실제 지역 의료 수요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 위치나 진료과목이 보훈대상자의 수요와 맞지 않거나 이용자가 다른 보훈병원·위탁병원에 몰리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위탁병원 간판만 달아놓고 실제 보훈대상자가 한 명도 찾지 않는다면 의료 접근성 확대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며 "정부는 지정 병원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 이용실적과 진료과목, 지역별 의료수요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실효성 없는 위탁병원은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