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DS투자증권 이규원·강근재 애널리스트가 9월 29일 발간한 ‘Muse로 개화된 개인형 AI 에이전트, 승자와 패자는?’을 선정했다.
뮤즈(Muse)는 메타가 지난 9월 선보인 개인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출시 열흘 만에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다. 메타에 따르면 뮤즈는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해 24시간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상품 검색과 가격 비교는 물론 예약·구매·환불 등 실제 행동까지 수행할 수 있다.
두 애널리스트는 뮤즈를 단순한 AI 서비스의 등장으로 보지 않았다. 소비자가 직접 앱을 열고 상품을 고르던 과정이 AI로 넘어가면 기존 플랫폼이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부터 수익을 내는 구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형 에이전트의 확산이 반도체·보안 등 AI 인프라 수요를 키우는 동시에 기존 소비자 플랫폼의 역할과 수익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앱 꺼도 일하는 AI
뮤즈의 초기 성공을 AI 성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서비스는 이미 여럿 등장했다. 메타가 내세운 차별점은 사용자별 전용 가상 컴퓨터인 ‘뮤즈 시큐어 VM(Muse Secure VM)’을 무료로 제공하는 데 있다.
AI는 사용자가 앱을 종료해도 뮤즈가 제공한 가상 컴퓨터 안에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항공권 가격 변화를 계속 확인하거나 원하는 상품이 입고될 때까지 기다리는 식의 장시간·반복 업무에 적합한 구조다.
실제 초기 활용도 이런 반복 작업에 집중됐다. 리포트가 인용한 뮤즈 사용 사례 654건 가운데 절약·환불·개인금융 관련 업무가 19.6%로 가장 많았다. 업무·소상공인 지원은 11.2%, 행정 업무는 10.6%, 쇼핑은 9.5%를 차지했다.
메타의 이용자 기반도 확산을 뒷받침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을 아우르는 메타 생태계의 일간 이용자는 36억 명에 달한다. 기존 서비스에서 뮤즈를 홍보하면 신규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초기 뮤즈 이용자의 95% 이상이 페이스북, 63%가 인스타그램 이용자였다.
이용자 확대는 성능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메타가 제시한 ‘플리트 러닝(Fleet Learning)’은 여러 이용자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익명화해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어떤 절차가 효과적이었는지 어느 시점에 사용자 확인이 필요했는지 등을 축적해 에이전트의 활용도를 높인다.
◆ 메타가 그리는 새로운 거래망
메타의 초기 전략은 구독료보다 이용자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료 가상 컴퓨터를 제공해 진입장벽을 낮춘 뒤 뮤즈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에서 수수료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뮤즈는 기존 광고 사업에도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메타는 이용자의 관심과 행동을 보고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지 추정해야 했다. 반면 뮤즈에서는 이용자가 항공권 예약이나 상품 검색을 직접 요청하며 구매 목적을 드러낸다. 메타가 확보하는 정보가 ‘막연한 관심’에서 ‘구매 의도’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상품 선택과 결제로 이어진다면 메타는 기존 광고 사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거래 수수료라는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사용자가 이러한 업무를 맡기려면 보안과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뮤즈는 독립된 보안 에이전트가 외부 통신을 검사하고 이메일 발송과 구매 등 주요 행동에 사용자 승인을 요구하도록 설계됐다. 메타는 연내 사용자만 보유한 키로 가상 컴퓨터 전체를 암호화해 회사도 내부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 플랫폼에는 이러한 변화가 부담이다. AI가 여러 여행·쇼핑 플랫폼을 대신 비교해 예약과 구매까지 처리하면 기존 플랫폼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주체에서 가격·재고·결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로 밀려날 수 있어서다. 이용자가 줄수록 광고와 수수료 수익 또한 압박받는다. 특히 보험·부동산 중개나 통신 구독처럼 비교·재계약·해지 과정의 번거로움을 수익 기회로 삼아온 사업은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 엇갈리는 승자와 패자

주식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뮤즈 트레이드가 시작된 9월 21~23일 누적수익률에 따르면 ARM은 20.7%, 인텔은 12.9%, AMD는 9.8% 올랐다. 에이전트가 브라우저 탐색과 파일 처리, 외부 서비스 호출 등을 장시간 반복할수록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빅테크가 자체 서버 CPU 도입을 늘리고 있어 수요 증가가 상용 CPU 업체의 수혜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이버보안도 수혜 분야로 꼽혔다. 에이전트가 이메일과 파일, 결제 서비스까지 접근할수록 신원과 접근 권한을 통제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보안업체 옥타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주가는 각각 12.6%, 10.5% 상승했다.
메모리 수요 확대 가능성도 제기됐다. 뮤즈의 가상 컴퓨터는 사용자당 약 8GB의 메모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개인형 에이전트도 비슷한 용량을 제공하고 이용자가 3억 명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D램은 2.4EB다. 올해 글로벌 공급량 추정치의 약 5.3~6.0%에 해당한다. 다만 모든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물리적 메모리 수요는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10.0%, 익스피디아는 7.3%, 부킹홀딩스는 7.2% 하락했다. 여행 플랫폼의 고객 접점과 광고 수익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번거로움에 기반한 중개·구독 사업과 전문성에 기반한 자산관리 사업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한편 알파벳과 애플은 ‘지켜볼 기업’으로 분류됐다. 알파벳은 메타와 구매 의도 기반 광고를 놓고 경쟁해야 하지만 컴퓨팅 인프라와 검색·크롬·지메일 등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갖추고 있어 개인형 에이전트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애플은 디바이스와 개인정보 보호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아이폰·맥·아이패드·워치 등을 통해 메시지와 이메일, 사진, 일정 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높다. 개인형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안심하고 정보를 맡길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수록 애플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제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대상은 소비자만이 아니다. AI가 상품과 서비스를 비교하고 구매까지 대신하면서 에이전트의 선택을 받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형 에이전트가 보편화될수록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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