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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유튜브에 빠졌다. 낮에는 기업 보고서를 읽으며 투자 기회를 찾지만, 밤에는 오마하 자택의 안락의자에 앉아 대형 TV로 영화와 음악, 오래된 광고를 즐긴다. 최근 96세가 된 오마하의 현인은 아마추어 가수의 노래에 감동하고, 세상을 떠난 오랜 동료 찰리 멍거의 강연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핏은 거의 매일 저녁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다. 1950년대 TV 광고부터 일반인의 연설까지 관심사도 다양하다. 영상을 보고 감동하면 다음 날 사무실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랜 친구 샤론 오스버그는 “워런의 관심사는 매우 폭넓다”며 “때로는 정말 시시한 것들도 본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오스버그가 버핏의 집을 찾았을 때도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유튜브를 봤다. 미국 변호사 로이 콘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우즈베키스탄판 ‘아메리카 갓 탤런트’를 함께 시청했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만4500명에 불과하다.
버핏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신중한 편이다. 아이폰을 쓰기까지 수년이 걸렸고, 지금도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그러나 유튜브만큼은 능숙하게 다룬다. 주변에서는 유튜브 경영진에게 사용법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라고 농담한다. 유튜브는 지난해 미국에서 TV로 가장 많이 시청한 동영상 서비스에 올랐다. 버핏도 스마트폰 대신 대형 TV로 영상을 즐긴다.
오전에는 경제전문방송 CNBC를 보고 사무실에서는 기업 연차보고서를 꼼꼼히 읽지만, 저녁에 보는 영상은 투자나 금융과 거의 관계가 없다. 뮤지컬과 철도, 빅밴드 음악, 네브래스카 지역 소식, 프랭크 시나트라의 초기 공연 등이 주된 관심사다. 벅셔해서웨이가 만든 콘텐츠도 즐겨 보며 유튜브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자랑스러워한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버핏의 취미는 버크셔의 투자와도 맞물려 눈길을 끈다. 버크셔는 최근 약 1년간 유튜브 모회사 알파벳 주식을 사들여 보유 지분 가치가 약 380억달러에 이르렀다. 버핏은 지난 1월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뒤에도 투자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다만 친구들은 그저 영상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의 사업 동반자였던 멍거 역시 투자와 무관한 오락을 즐겼다. 일과를 마친 뒤 책을 읽거나 시트콤 ‘사인펠드’를 봤다. 멍거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좋아한다”며 이 프로그램이 그저 의미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최근 2023년 세상을 떠난 멍거를 추억하기 위해서도 유튜브를 찾는다. 2018년 미시간대 강연 등 생전 연설을 보며 그의 재치와 지혜를 되새긴다고 동료와 친구들은 전했다. 오스버그는 “워런이 찰리의 영상을 보는 모습을 지켜보면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 느껴진다”며 “정말 특별한 광경”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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