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여왕이 영국 왕위에 오르기 5년 전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이 194살이 된 지금도 살아 있다. 세계 최고령 육상동물 조너선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노화와 관련된 독특한 유전자 변이와 세포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후성유전학적 특징이 확인됐다.
8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밴더빌트-잉그램 암센터의 스티븐 클라크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조너선의 유전체와 후성유전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너선은 1832년께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한 1837년보다 5년 앞선 시점이다. 조너선은 현재 남대서양의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에서 살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육상동물이자 거북으로 기네스세계기록에 등재돼 있다.
정확한 생년월일을 보여주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조너선은 1882년 세인트헬레나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완전히 자란 상태였다. 당시 나이가 최소 50살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토대로 출생 연도가 1832년으로 계산됐다.
연구진은 조너선의 유전체를 다른 거북과 비교해 노화 관련 경로에 포함된 독특한 유전자 변이 287개를 찾아냈다. 이들 변이는 DNA 손상 복구와 텔로미어 유지, 염증 억제, 인슐린 조절, 미토콘드리아 기능, 암 억제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서 확인됐다.
연구 과정은 시료를 얻는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세인트헬레나 당국은 감염 위험 등을 고려해 조너선의 혈액 채취를 허용하지 않았다. 클라크 박사는 "조너선을 죽인 의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조너선이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렸을 때 구강 점막을 긁어 시료를 확보했다.
첫 번째 시료에서는 조너선의 세포가 아니라 입속 세균의 DNA가 대부분 검출됐다. 연구진은 다시 허가를 받아 면봉보다 조직을 더 많이 채취할 수 있는 도구로 구강 점막을 긁었고, 두 번째 시도에서 분석에 필요한 조너선의 DNA를 얻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유전자 자체뿐 아니라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화학적 표지인 ‘DNA 메틸화’였다. DNA 메틸화는 특정 유전자를 켜고 끄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메틸화 패턴에 무작위적인 변화가 쌓이면 유전자 조절 체계가 불규칙해질 수 있다.
조너선 역시 유전체 전체로 보면 어린 거북보다 메틸화 패턴의 무질서도가 높았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과 RNA 처리에 관여하는 일부 유전자 영역에서는 메틸화 패턴이 비교적 질서 있게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징이 에너지 생산과 DNA 복구 기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해 조너선의 장수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정 ‘장수 유전자’ 하나가 수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여러 세포 관리 체계가 함께 작동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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