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되겠어?" 했던 남편의 유작…반년 만에 '200억' 잭팟 [권용훈의 직업불만족(族)]

입력 2026-10-09 09:00   수정 2026-10-09 09:10

"잘 되겠어?" 했던 남편의 유작…반년 만에 '200억' 잭팟 [권용훈의 직업불만족(族)]



“그래서 다음 방송은 언제 해요?”

윤진복 신미사 대표(사진)에게 고객 전화는 상담이자 수다다. 허리가 아팠던 이야기로 시작해 사위와 남편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한참 뒤에야 본론이 나온다. 발이 편한 신발을 찾던 고객들이 이제는 판매 방송을 기다린다. 평소보다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마음에 든 슬리퍼를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하겠다며 20~30켤레씩 사기도 한다.

신미사는 발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기능성 신발 브랜드다. 대표 제품인 ‘뉴바로 슬리퍼’는 발바닥의 아치를 받쳐주고 보행 시 충격과 하중을 분산하도록 설계했다. 슬리퍼에서 시작해 샌들과 운동화로 제품군을 넓혔다. 운동화에는 ‘퇴행성 관절을 위한 자세교정’ 특허기술을 적용했다. 다이얼 시스템으로 발에 맞게 조임을 조절하고, 발바닥 압력을 분산하는 깔창과 기능성 밑창으로 안정적인 보행을 돕도록 설계했다.

지금은 반가운 고객 전화지만, 윤 대표가 처음부터 이 사업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남편 윤준식 창립자가 평생 가져갈 아이템을 찾았다며 신발로 세계 시장에 나가겠다고 할 때마다 그는 “이게 되겠어?”라고 되물었다. 제품은 쉽게 완성되지 않았고 판로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남편은 2023년 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해 10월 대표로 취임한 윤 대표는 동업자인 김준범 대표와 함께 회사를 키웠다. 당시 약 50억원대였던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200억원을 넘어섰다. 남편이 확신했던 신발의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던 그는 “지나고 보니 그가 맞았다”고 돌아봤다.

남편과 함께 만든 신발 브랜드 '신미사'
윤 대표의 첫 직장 선택에는 거창한 꿈보다 취업난이 앞섰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서울에서 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일본계 반도체 부품회사에서 영업을 했고 종합상사에서는 철강 수입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보수적인 조직 안에서 자신의 미래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능력만큼 뭔가를 펼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사를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남편을 만난 뒤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일을 함께했다. 부부의 사업 스타일은 달랐다. 남편이 새 시장과 아이템을 찾아 움직였다면 윤 대표는 한 가지를 붙들고 파고드는 편이었다. 여러 사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은 남편은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는 데서 나아가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발 개발 경험이 풍부한 김준범 대표가 힘을 보탰고, 편한 신발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2020년 설립한 신미사는 '신발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신발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회사 이름만큼 제품력에 매달렸다. 원료 업체에 생산 공장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고 몇 개월간 대여섯 곳을 알아봤다. 윤 대표도 법인 설립 전부터 남편과 슬리퍼 펀딩을 준비했다. 생산이 늦어지면 고객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써 사과했다. 슬리퍼가 팔려도 다음 제품을 개발할 돈은 빠듯했다. 공장에는 먼저 돈을 내고 판매 대금은 나중에 받아야 했다. 신발 한 켤레가 고객에게 도착하기까지, 부부는 제품과 자금을 걱정해야 했다.
"남편 떠난 뒤 전진 밖에 길이 없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윤 대표는 이미 사업을 함께하던 사람이었다. 그래도 남편 없이 회사를 책임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대표 취임을 앞두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자신이 잘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었다. 상당한 채무도 있었고 친정과 시댁도 보살펴야 했다. 남편이 남긴 일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에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겹쳤다. 그는 당시를 “배수의 진”이라고 표현하며 “버티고 버텼다. 전진밖에 길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판로를 넓힌 계기는 고객이 올린 블로그 후기였다. 현대홈쇼핑에서 제품을 산 고객이 사진을 올렸고, 이를 본 KT알파 쇼핑 관계자가 제품 택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윤 대표였다. 제품을 개선하며 다음 방향을 고민하던 때 들어온 제안이었다. KT알파 쇼핑에서 판매가 늘었고 물류와 광고, 대금 정산 지원도 사업에 힘을 보탰다. 현재 회사 매출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나온다.

방송 방식도 작은 회사에 잘 맞았다. 새벽이든 밤이든 생방송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한 번 녹화한 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낼 수 있어 적은 인력으로 판매를 이어가기 수월했다. 좋은 제품에 맞는 고객과 판매 방식을 찾으면서 회사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성장 비결은 ‘1㎜’ 디테일…고객과 꾸준한 소통
신미사의 경쟁력은 고객의 작은 불편도 놓치지 않고 제품을 고치는 집요함에 있다. 주요 구매층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50~60대로, 특히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반응이 좋다. 상품평에 특정 부분이 딱딱하거나 많이 접힌다는 의견이 올라오면 개선할 부분을 살핀다. 형태를 1㎜ 더 다듬고 스펀지와 밑창을 바꾸며 원하는 착화감을 찾는다.

그 집요함에는 대가도 있었다. 공장을 바꾸고 개발을 거듭하다 보면 생산이 늦어졌다. 고객은 방송을 기다리는데 팔 물건이 없어 애를 태웠다. 잘 팔릴지 걱정하던 회사가 이제는 기다리는 고객에게 제때 공급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고객이 만족해 주변에 권하고, 그 반응을 다시 제품에 반영하는 과정이 성장의 바탕이 됐다.

윤 대표가 맡는 일은 온라인 판매부터 슬리퍼 생산, 방송 물류, 영업과 마케팅까지 이어진다. 홈페이지를 고치고 광고도 챙긴다. 담당자가 해결하지 못한 고객 문의에는 직접 전화한다. 기본 인력 5명에 시간제 근로자들이 힘을 보태는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묻자 그는 “1당 100이죠”라며 웃었다. 고객 전화가 사랑방이 되는 회사에서 대표도 그 대화의 끝을 책임진다.
"신미사로 해외시장까지 도전"
매출이 커졌다고 일이 편해진 것은 아니다. 환율이 흔들리면 생산비와 수입 비용이 달라진다. 가격을 유지하면서 물건을 공급하고 신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윤 대표가 “내년이 두렵다”고 말한 이유다. 남편이 여러 분야로 사업을 넓히는 사람이었다면 그는 이미 만든 제품을 더 많은 사람이 신게 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국내 고객이 다시 찾는 제품을 만들고 해외로 나아가는 것이 다음 목표다.

남편과 함께 신미사를 널리 알리겠다는 약속은 이제 그가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오래 미뤄둔 자신의 바람도 하나씩 이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20년 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첼로를 시작했다. 일에 쫓기다 보면 두 달에 한 번 겨우 수업에 간다. “마음처럼 연주가 안 돼 첼로를 부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며 웃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그렇게 일로 채웠던 삶에 자신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하단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