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 10억 보고 이직했는데"…카드빚만 3000만원 떠안은 직원 [도쿄나우]

입력 2026-10-09 09:20   수정 2026-10-09 10:10

"연봉 10억 보고 이직했는데"…카드빚만 3000만원 떠안은 직원 [도쿄나우]



일본의 생명보험회사 푸르덴셜생명보험에서 영업직원들이 수십 년에 걸쳐 고객 돈을 가로챈 초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해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직원들이 고객과 쌓은 신뢰를 악용해 투자 등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의혹이다. 피해 신고액만 61억6660만엔(약 520억원)에 달하고, 관련 비위로 처분받은 전·현직 직원은 157명에 이른다. 일본 금융당국은 3개월간 신규 보험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사건의 배경에는 극단적인 성과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연봉 1억엔'을 내세워 영업직원을 모집했지만, 실제로는 절반 가까이가 일본 평균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올렸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직원들은 빚을 내 생활비를 마련했고, 일부는 고객을 상대로 부정행위에 손을 댔다.

푸르덴셜생명이 8일 공개한 160쪽 이상의 외부 조사보고서는 영업 실적을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삼아 온 기업문화를 금융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외부 변호사들로 구성된 조사팀은 "경영진이 영업 실적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을 갖고 있었다"며 "개인의 인맥과 신뢰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사업 모델이 폭주했다"고 평가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영업직원의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완전 성과급제에 가까운 급여 체계를 운영해 왔다.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고객을 소개받고, 다시 그 고객에게서 다른 고객을 소개받는 이른바 '무한 연쇄법'을 적극 장려했다. 채용 과정에서는 '입사 5년 차 연봉 약 3100만엔', '보수는 무한히 증가한다'는 문구를 내세웠다.

하지만 고액 연봉을 누리는 직원은 일부에 불과했다. 2024년 푸르덴셜생명에 재직했던 영업직원 약 4000명 가운데 1800명가량은 연봉이 470만엔에 못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세청이 집계한 2025년 급여소득자 평균 연봉 487만엔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업직원의 65%는 입사 후 5년 이내에 회사를 떠났다.
영업 잘하면 연봉 1억엔에 하와이에서 시상
10년 넘게 푸르덴셜생명에서 일한 40대 전직 직원은 마이니치신문에 "가족에게도 버림받고 빚까지 떠안았던 그 시절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기업 영업직으로 일하던 그는 연봉 수천만엔을 벌 수 있다는 권유에 이직했지만 입사 2년이 지나도록 신규 계약으로 연결할 인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전 직장 소득에 맞춰 급여를 보전해 주던 기간이 끝나자 연봉은 약 300만엔으로 줄었고, 보너스는 계속 0엔이었다. 사회보험료와 교통비 등 각종 비용도 직접 부담해야 했다. 돈을 아끼려고 고속도로 대신 일반도로를 이용했고, 먼 지역으로 영업을 나갈 때는 차 안에서 잠을 잤다. 결국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카드대출을 받기 시작해 빚이 300만엔까지 불어났다.

그는 "일부 영업직원은 수천만엔에서 1억엔까지 벌지만,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지점에서 5분의 1 정도였다"며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약 실적이 부진한 직원은 월수입이 최저임금 수준인 약 20만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회사 차원에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 대표적인 제도가 '사장배' 영업 콘테스트다. 신규 보험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을 기준으로 우수 직원을 선발해 하와이나 오키나와에서 시상했다. 일부 직원들은 수상에 집착한 나머지 존재하지 않는 보험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미는 부정행위까지 저질렀다. 조사보고서에서는 금융사고를 일으킨 직원 가운데 사장상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일본 재무국은 과거 "사장배 콘테스트를 배경으로 비위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데 회사로서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회사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2019년 무렵부터 내부 신고가 늘어났지만 경영진은 사실상 문제를 방치했다.

조사 결과 고객 자금 편취 의혹은 1992년부터 2025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은 고객 신고 기준 61억6660만엔에 달한다. 금전 편취에 연루된 직원들 역시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모회사인 푸르덴셜파이낸셜의 관리·감독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조사보고서는 미국 본사와 일본 법인 모두 사업 모델에 내재한 위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875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설립된 푸르덴셜파이낸셜은 미국 최대 생명보험회사 중 하나다. 일본은 미국 본토에 이어 주요 수익 기반으로, 푸르덴셜생명 등 일본 내 3개 계열사가 해외 사업의 핵심을 맡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신규 계약 실적에 편중된 보수 체계를 개편하고 월 35만엔 수준의 최저 보수를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도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금융청은 푸르덴셜생명에 보험업법에 따른 일부 업무정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정지 기간은 3개월이 될 전망으로, 신규 보험 판매 등이 제한된다. 도쿠마루 히로미쓰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업 재개 시점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과거 경영진의 책임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파장은 일본 생명보험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과 마찬가지로 완전 성과급제에 가까운 보수 체계를 운영하는 소니생명에서도 직원이 고객에게 돈을 빌리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적발됐다. 금융청은 지난 9월 현장검사에 착수했으며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