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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굴리다 멘탈 털린다" 지친 개미…1억 맡겼더니 '반전'

입력 2026-10-10 07:37   수정 2026-10-10 08:32

"직접 굴리다 멘탈 털린다" 지친 개미…1억 맡겼더니 '반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주식 투자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는 랩어카운트 시장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2010년대 초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 당시 인기를 끈 뒤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이어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박스권 장세가 펼쳐지자 투자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은 지난 8월 말 기준 201만2196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부터 4년 넘게 180만 명대에 머물다가 올해 6월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선 뒤 3개월 연속 200만 명대를 유지했다. 국내 증시 랠리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1% 증가했다. 자산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랩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 기준)은 같은 기간 91조원에서 123조원으로 35% 급증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전략을 짜고 자산 배분부터 매수·매도 시점까지 결정해 운용한다.

랩어카운트가 다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이다. 코스피지수는 올 1월 4200선에서 출발해 6월 9000을 돌파했지만 7월에는 5200선까지 급락했다. 이후 금리·유가 악재가 겹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종목 선별은 물론 매수·매도 시점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문가에게 투자를 일임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도 랩어카운트의 인기를 되살린 요인으로 꼽힌다. 랩어카운트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2010~2011년이다. 브레인투자자문, 한국창의투자자문 등이 운용하는 자문형 랩이 차화정 등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엔 투자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종목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가 주로 찾았다.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대중화됐고 해외 주식, ETF 등 투자 대상도 다양해졌다. 유튜브와 텔레그램 등 투자 정보 채널 역시 넘쳐난다. 역설적으로 정보 과잉에 피로감을 느낀 개인투자자의 일임 수요가 랩어카운트로 쏠렸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랩어카운트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망 종목을 발굴해 높은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능이 중요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가 단순히 유망 종목을 골라주는 상품에서 시장 변화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시장 대응형 자산관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랩 수익률, 코스피의 6배…"수수료 더 내도 전문가 찾는다"
전업투자자 유모씨는 지난 3월 증권사 랩어카운트에 1억원을 맡겼다. 수년간 직접 주식에 투자했지만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지쳐 전문가에게 자금 운용을 맡기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누적 수익률은 41%. 6~7월 급락장과 8~9월 박스권 장세를 거치고도 코스피지수 상승률(7%)의 5.9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일임받아 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으로 투자 인구는 늘었지만 쏟아지는 투자 정보와 극심한 변동성에 지친 개인투자자가 전문가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수수료에도 변동성 장세에 인기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은 201만2196명으로 집계됐다. 6월 처음 200만 명을 돌파한 뒤 3개월 연속 200만 명대를 유지했다. 2021년 2월부터 4년 넘게 180만 명대에 머물던 고객 수는 코스피지수가 4000을 넘어선 지난해 10월부터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작년 9월과 비교하면 11% 증가했다.

자산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8월 말 기준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123조4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약 91조원에서 11개월 만에 35% 급증했다.

랩어카운트가 국내에서 처음 인기를 끈 것은 2010년대 초반이다. 당시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이른바 ‘차화정’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이 높은 수익률을 내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흔들리자 인기가 식었다. 이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채권형 랩·신탁의 불건전 운용 논란 등을 거치며 시장은 장기간 침체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면서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 수요가 커진 데다 투자 상품이 다양해져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는 투자자가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는 오르는데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초보 투자자부터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고액 자산가까지 랩어카운트를 찾고 있다”며 “투자 상품이 다양해진 것도 전문가에게 자금을 맡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높은 수수료도 인기를 막지 못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기본 일임수수료 외에 수익의 최대 20%대에 달하는 성과보수가 붙기도 한다.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크지만,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 사이에선 수수료를 내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15년 만에 부활한 자문형 랩
2010년대 초반 랩어카운트 열풍을 이끈 자문형 랩은 15년 만에 다시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자문형 랩은 외부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가 투자 종목과 비중 등을 제안하는 상품이다. 올해 8월 기준 자문형 랩 계약자산은 10조6591억원으로 작년 9월보다 220% 급증했다.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목표전환형 랩’ 판매를 확대한 영향이 크다. 목표전환형 랩은 일정한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동 전환하는 상품이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목표 수익을 달성한 뒤에는 시장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지수가 6000대에서 횡보한 8월에도 주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자산은 빠르게 늘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자산은 83조767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1% 급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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