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중국에서 자동차의 차체 안에 완전히 숨겨지는 도어핸들과 접이식 디스플레이 사용이 금지된다. 전조등과 와이퍼 등 안전과 직결되는 기능에는 물리적 조작장치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첨단 디자인과 디지털 기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충분한 안전 검증 없이 신차를 출시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신차 설계와 시험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폐차에서 회수한 엔진과 변속기 등의 재제조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신기술 개발 속도뿐 아니라 안전성과 품질, 자원 활용 효율까지 관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공안부와 생태환경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은 전일 자동차 혁신설계 및 연구개발 시험·검증 관리 강화 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일부 제조업체가 충분한 시험과 검증 없이 신차를 서둘러 출시하면서 차량 안전과 환경에 대한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초안은 차체 안에 완전히 숨겨지는 도어핸들과 접이식·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행 중 무중력 시트나 회전식 좌석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한다. 전조등과 와이퍼, 성에 제거 장치 등 주행 안전에 중요한 기능에는 터치스크린과 별도로 물리적 조작장치를 유지해야 한다.
신차 승인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내년 1월 1일부터 신규 차종 승인을 신청하는 업체는 혁신설계의 안전성과 시험 결과에 관한 기술자료를 추가 제출해야 한다. 검증이 부족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승인이 거부된다. 기존 승인 차종은 내년 7월 1일까지 관련 자료를 보완해야 하며 미제출 상태에서 안전상 위험까지 확인되면 생산 중단과 리콜 대상이 된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기술 경쟁이 격화하면서 신기술의 출시 속도에 비해 안전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실제 전원이 차단되는 사고 상황에서 전자식 문손잡이의 작동 문제가 안전 우려로 떠올랐다.
같은 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자동차 부품 재제조 규범 관리방안 초안도 공개했다. 재제조는 사용한 부품을 회수해 분해·세척·가공·검사한 뒤 신제품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품질을 갖추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는 엔진과 조향장치, 변속기, 앞뒤 차축, 차체 프레임 등 주요 부품의 회수와 재제조를 허용하되 품질과 이력 추적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기가스 후처리장치의 재제조는 금지하고 배출가스 제어와 관련된 부품은 국가 환경기준을 충족하도록 했다. 재제조 부품은 신제품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품질을 갖춰야 하며 생산·유통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인증받은 재제조 부품은 자동차 수리와 보험 수리, 관용차 정비에 사용하도록 장려하지만 신차 제조에는 사용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양적 성장과 기술혁신을 유지하면서 안전성과 자원 활용 효율까지 높이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가격 인하와 신차 출시 속도에 집중해온 중국 자동차업계에선 앞으로 안전 검증 능력과 부품의 전 생애주기 관리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안전규제 강화가 신차 개발 단계의 시험·검증 부담을 높이고 첨단 편의기능 중심의 설계 경쟁에도 제약을 줄 수 있어서다. 물론 품질 관리와 안전성 확보에 투자해온 업체에는 제품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품 재제조 표준화는 폐차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활용하고 정비시장의 부품 공급망을 확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인증과 품질 검증을 위한 설비투자가 필요해 관련 기업의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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