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에서 유증기를 마셔가며 직접 발로 뛴 결과물이 바로 급식로봇 ‘솥봇’입니다.”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31·사진)는 12일 인터뷰에서 “급식실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군대 훈련보다도 혹독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솥봇 개발을 위해 피플즈리그 엔지니어들이 6개월가량 급식 현장에 상주하며 하루 500~1000인분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아침 8시부터 30~40㎏에 달하는 식재료를 장시간 젓고 튀김 요리에서 발생하는 유증기를 마시다가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솥봇은 튀김, 볶음, 파스타 등 주요 급식 메뉴의 조리를 자동화해 조리 종사자들이 맡아온 힘든 작업을 대신한다. 현재 경기, 대전, 제주 지역 16개 학교에 도입됐다.
첫 아이템은 탈모 진단 서비스였다. 2019년 카메라로 모발 밀도를 측정해 탈모 진행 정도를 예측하는 앱을 개발했다. 그러나 사업성이 불확실했다. 진단은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석 달간 새로운 아이템을 모색했다. 그러다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외식업에 주목했다. 육류 조리 로봇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2021년 6월 피플즈리그를 설립하고 대전의 방 세 개짜리 집을 얻었다. 1년간 함께 숙식하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초기 제품은 고기를 굽는 ‘미트봇’이었다. 소고기를 1분 만에 굽고 삼겹살 세 근을 4분 만에 조리할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배달 음식점을 직접 운영하며 조리 데이터도 축적했다. 다음으로는 치킨을 튀기는 ‘프라이스테이션’ 로봇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방 내 차지하는 공간이 크고 세척과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탓에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규모의 경제를 고민하던 류 대표는 대량 조리와 반복 작업이 많은 학교 급식실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조리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학교 급식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여러 차례 거절당한 끝에 보건증 발급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급식 현장에서 직접 일할 기회를 얻었다.
현장에선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한 번에 30㎏을 조리하도록 설계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급식 현장에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로 한 번에 50~60㎏의 재료가 투입되면서 로봇이 멈춰서는 일도 있었다. 류 대표는 현장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이를 보완했다. 개발자의 생각보다 실제 사용 환경과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류 대표는 “정해진 시간에 급식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전원이 위생복을 입고 급식실에서 대기했다”며 “로봇이 작동하지 않을 때는 직접 조리해 음식을 완성했다”고 했다.
류 대표는 학교 급식을 넘어 외식업의 위탁생산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처럼 레시피만 입력하면 조리를 대행해주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기술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진영/사진=최혁 기자 real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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