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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습니다”는 정말 문제가 없다는 뜻일까…질문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IGM의 경영전략]

입력 2026-10-17 05:12  

“문제없습니다”는 정말 문제가 없다는 뜻일까…질문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IGM의 경영전략]




“회의 마치기 전에 하나만 확인합시다. 회의실에 코끼리가 있나요?”
“지난 프로젝트에 죽은 물고기는 안 남았죠?”
“요즘 토하고 싶은 거 있는 사람?”

회사에서 이런 말이 오간다면 어떨까. 어리둥절할 것이다. 동물원도 수산시장도 아닌데 웬 코끼리와 물고기인가. 게다가 토하기라니.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조 게비아는 조직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제를 코끼리, 죽은 물고기, 토하기에 빗댔다. 위의 질문들은 그 비유를 활용해 만들어 본 것이다.

코끼리는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 문제다. 영어 관용구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가 가리키는 그 문제다. 방 한가운데 코끼리가 서 있으니 모를 수 없다. 다들 모른 척할 뿐이다. 죽은 물고기는 지나간 일이 남긴 불만이나 서운함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태다. 치우지 않은 물고기가 썩어 가며 냄새를 풍기듯 이런 문제도 방치할수록 악화된다. 토하기는 해결책보다 털어놓는 것 자체가 필요한 감정을 가리킨다. 속이 안 좋을 때 억지로 참으면 더 괴롭듯 이런 감정도 제때 꺼내지 못하면 더욱 쌓일 수 있다.

조 게비아가 짚은 솔직한 대화의 어려움은 에어비앤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리더가 “문제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세요”라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문제없습니다”, “괜찮습니다”일 때가 많다.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면야 다행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있을 수도 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아닌가’, ‘이런 얘기 꺼냈다가 불평 많은 사람으로 찍히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리더가 언제든 말하라고만 해서는 코끼리도, 죽은 물고기도, 토하고 싶은 마음도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구성원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다면 리더의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코끼리를 드러내는 질문

모두가 아는 문제는 오히려 ‘누군가 말하겠지’ 하며 서로 미루기 쉽다. 각자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나만 그런가’ 싶어 넘어가기도 한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침묵을 만들기도 한다. 문제점을 말하는 구성원에게 “그래서 대안은?”이라고 되물은 적 있는가. 해결책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지만 문제를 말할 때마다 대안부터 요구하면 구성원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 문제를 아예 꺼내지 않을 수 있다.

코끼리를 드러내려면 ‘실패를 가정하는 질문’이 도움이 된다. 가령 “이 프로젝트가 1년 뒤 실패로 끝났다고 해 봅시다. 왜 실패했을까요”라고 묻고 각자 이유를 적게 한 뒤 돌아가며 읽게 하는 식이다. 모두가 한 번씩 답하니 누군가에게 미루기 어렵고, 실패 이유만 물으니 대안이 없어도 답할 수 있다.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이 제안한 방식이다. 실패를 이미 일어난 일로 가정하고 원인을 찾는 이 방식은 평소 꺼내기 어려웠던 우려를 드러내는 데 활용된다. 지금 하는 일을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이 실패할 이유를 찾는 사람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답이 모이면 여러 구성원이 비슷하게 꼽는 실패 이유부터 살펴보자. 여럿이 걱정하면서도 정작 함께 논의하지 못한 문제일 수 있다. 한 사람만 꺼낸 실패 이유도 흘려듣지 말자. 다른 구성원이 못 본 문제를 그 사람이 먼저 봤을 수 있다.

◆죽은 물고기를 치우는 질문

죽은 물고기는 지나간 일이 남긴 문제다. 원인을 짚지 않고 넘어간 일은 다음에 반복되기 쉽다. 제대로 풀지 못한 서운함이나 억울함은 앙금으로 남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이런 문제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이미 끝난 일이라 이야기할 기회가 없고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처럼 들릴까 조심스럽다. 뒤끝 있는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도 된다.

죽은 물고기를 치우려면 ‘기대와 실제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던져 보자. “이 일에서 당신이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실제로는 어땠나요? 왜 그런 차이가 생겼나요”라고 묻는 식이다. 이 질문은 미 육군의 회의 방식 중 하나인 사후 검토에서 착안했다. 계획과 실제 결과를 비교하고 잘된 점과 개선할 점을 짚는 방식을 개인의 기대와 경험에 맞게 응용한 것이다. 막연히 서운했다고 말하는 대신 어떤 기대가 어디에서 어긋났는지 짚게 한다. 무엇을 묻느냐만큼 언제 묻느냐도 중요하다. 일이 끝나면 이런 질문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죽은 물고기는 썩기 전에 치워야 한다.

◆속마음을 토해내게 하는 질문

토하기는 앞의 두 문제와 결이 다르다. 코끼리와 죽은 물고기는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하지만 토하기는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속마음을 들어주는 데 초점을 둔다. 구성원이 속마음을 꺼낼 수 있도록 원온원(일대일 면담)에서는 늘 안부를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컨디션은 10점 만점에 몇 점이에요”나 “요즘 어떻게 지내요? 일 얘기 말고요”라고 묻는 식이다. 당장 속마음을 꺼내지 않는다고 해서 답을 재촉할 필요는 없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꾸준히 쌓아 가면 된다.

구성원이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해결책이나 조언이 떠오르더라도 잠시 말을 아껴 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잰시 던은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감정에 압도된 아이에게 건네는 질문을 소개했다. “도움이 필요해요, 들어 주길 바라요, 아니면 안아 주길 바라요?(Do you want to be helped, heard or hugged?)” 아이에게만 필요한 질문은 아니다. 리더도 도움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지, 위로가 필요한지 물어볼 수 있다. 같은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상대에게 바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리더가 무엇을 해줄지 결정하기 전에 구성원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리 조직을 한번 둘러보자. 모두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코끼리가 있을지 모른다. 어딘가에서는 미처 치우지 못한 죽은 물고기가 냄새를 풍기고 누군가는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말하라”고 해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이런 문제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솔직한 답을 듣고 싶다면 리더의 질문부터 달라져야 한다. 어떤 질문으로 우리 조직의 문제를 들여다보겠는가.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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