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일률 상장폐지 추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 책무를 방기했다고 비판했다.하 원장은 14일 페이스북에서 "금감원 홈페이지 첫 화면과 감독 방향의 맨 앞줄에는 늘 '소비자 보호와 투자자 보호'라는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며 "금감원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금융시장에 무소불위의 감독권을 행사하는 명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법원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시가총액 일률 상장폐지' 추진에 가처분 인용으로 제동을 걸었을 때 많은 투자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실기업 정리라는 명목하에 추진된 획일적 행정 편의주의가 소액주주와 선량한 기업의 재산권을 유린하고 있을 때 '투자자 보호의 파수꾼'을 자처하던 금감원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따졌다.
하 원장은 "금융위는 정책을 입안하는 행정기관이고 금감원은 현장 시장을 감시·감독하는 전문 실행기관"이라며 "단순히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관리종목 지정 후 45거래일 미달 시 기회 부여 없이 즉시 퇴출'이라는 획일적 잣대가 도입될 때 금감원은 누구보다 먼저 그 위험성을 알아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이 진정 투자자를 보호하는 기관이었다면 금융위의 과속 정책 추진에 대해 '단순 시총 금액으로 자르면 억울한 알짜 기업과 소액주주 피해가 극심해진다, 실질심사 요건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적인 목소리를 냈어야 마땅하다"며 "금감원은 제동을 걸기는커녕 금융위의 퇴출 속도전에 보조를 맞추거나 수수방관했다"고 날을 세웠다.
하 원장은 "금감원이 획일적 기준에 제동을 걸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실체적 투자자 보호보다 실적 보여주기식 수치화에 빠진 관료주의적 편리함 때문"이라며 "분식회계나 배임·횡령을 조사해 퇴출시키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상당한 행정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시가총액 N억원 미만'이라는 정량적 잣대는 정밀 심사 없이 엑셀 시트 하나만으로 수십 개 기업을 기계적으로 잘라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실기업 몇 개사를 전격 퇴출해 코스닥 체질을 개선했다'는 자화자찬용 실적 발표 뒤에 숨은 소액주주들의 눈물과 억울한 기업의 도산 위험은 외면한 채 금감원 역시 관료적 손쉬움에 묵인으로 동조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하 원장은 "결국 자본시장의 무리수를 바로잡은 것은 금융당국도 감독기관도 아니라 법원이었다"며 "법원은 절차적 정당성과 비례의 원칙을 들어 시총 단일 기준 상장폐지에 제동을 걸었고 자본시장의 룰이 정당하게 작동해야 함을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법원 판결은 금융위뿐 아니라 소비자·투자자 보호라는 깃발만 내걸고 획일적 행정 폭주에 침묵하던 금감원을 향한 거대한 경고이기도 하다"고 규정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는 시장에서 힘없는 주주들의 재산권이 불합리한 제도나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억울하게 침해당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금감원은 금융위의 무리한 '시총 자르기' 정책을 가만히 방관했던 것이 과연 시장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에 부합하는 일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획일적 숫자의 나열 뒤에 숨지 말고 기업의 실질적 가치와 투자자의 실체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선진화된 퇴출 심사 체계를 금융위에 적극적으로 제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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