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뷰티 업체들이 배달앱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에 즉시배송을 더해 상품이 당장 필요한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매장의 재고를 배달망에 연결해 인근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입점 유인이다.
신발·옷·화장품으로 넓어진 배달
14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슈즈 멀티숍 슈마커가 이날부터 ‘배민 장보기·쇼핑’에 입점했다. 아디다스·푸마·오클리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제품과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판매하는 신발 전문 매장이다. 수도권 30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연내 5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민은 올해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여성 패션 브랜드 시야쥬를 입점시키며 패션 상품군을 넓혔다. 지난 8일부터는 도심형 뷰티 아웃렛 오프뷰티의 화장품 4000여 종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러쉬·아리따움에 이어 할인형 화장품 매장까지 배달망에 연결한 것이다.
다른 배달 플랫폼도 비식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장보기·쇼핑’을 통해 꽃과 반려용품, 문구 등을 판매하는 지역 매장을 연결하고 있다. 음식점 중심이던 배달앱의 입점 대상이 다양한 소매점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가격 경쟁에 ‘받는 속도’ 더한다
브랜드들이 배달앱에 입점하는 이유는 기존 온라인몰과 다른 구매 상황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가격과 상품 구색이 주요 선택 기준이지만, 즉시배송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지가 구매 이유가 될 수 있다. 화장품을 다 썼거나 외출을 앞두고 신발·옷이 필요한 소비자에게는 배송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편의다.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매장을 추가 판매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장 방문객에게 팔던 재고를 배달앱에 노출하면 인근 소비자의 온라인 주문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배송망을 직접 구축하는 대신 플랫폼의 주문·배달 체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에서 주변 고객에게 상품을 보내는 거점으로 역할을 넓히는 셈이다.
소비자가 이미 사용하는 앱에서 상품을 발견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자사 온라인몰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과 달리 음식이나 식료품을 주문하던 소비자에게 패션·뷰티 상품을 함께 노출할 수 있다. 브랜드에는 새로운 고객 접점이, 배달앱에는 음식 주문 외에 앱을 이용할 이유가 추가된다.
슈마커도 입점 초기 할인과 배달비 혜택으로 이용을 유도한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전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2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11월 13일까지는 2만원 이상 주문 시 배달팁을 면제한다. 신발을 배달앱으로 구매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의 첫 주문을 유도하는 장치다.
패션 즉시배송, 반품·수익성이 관건
다만 상품군을 늘리는 것과 지속적인 매출을 만드는 것은 별개다. 신발과 옷은 사이즈와 착용감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빠르게 받더라도 교환과 반품이 번거롭거나 비용이 크면 재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화장품 역시 소비자가 평소 사용하는 제품인지, 직접 확인하고 구매해야 하는 제품인지에 따라 즉시배송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입점 매장의 수익성도 변수다. 배달앱을 통해 추가 주문을 받더라도 수수료와 배달 관련 비용, 할인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매장이나 온라인몰 주문이 배달앱으로 옮겨온 것인지, 새로운 고객의 구매가 늘어난 것인지도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다.
배달앱의 비식품 확대는 온라인 쇼핑 경쟁에 ‘받는 속도’를 더하는 변화다. 패션·뷰티 업체들이 기존 매장망을 활용해 즉시배송 수요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새로운 판로의 정착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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