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네릭(복제약) 기업은 어떻게 연구개발(R&D)과 수출 중심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부가 제약업계에 던진 과제다. 이 질문에 앞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기존 의약품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새로운 투자를 요구하는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느냐다.보건복지부는 14일 제3차 제약산업 혁신 민·관협의체를 열어 제네릭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제네릭 기업이 규모를 키워 자체 R&D 역량을 높이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위·수탁 생산과 ‘공동생동’ 제도에 기대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기업 중심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공동생동은 여러 제약사가 하나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자료를 공유해 복제약 허가를 받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에선 기술과 품질보다 영업력이 경쟁을 좌우하기 쉽다. 판촉 경쟁에 쓸 돈을 R&D와 생산시설 개선에 투자하도록 이끌겠다는 구상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투자 재원을 줄이는 기존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다. 정부는 올해 8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약가의 53.55%에서 45%로 낮췄다. 약가 인하는 제약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투자 여력을 줄일 수 있다. R&D와 해외 시장 진출에는 성과가 나기까지 버틸 자금이 필요하다. 당장 매출이 줄어드는 기업에 장기 투자를 주문하려면 그 공백을 메울 수단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2012년 4월에도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1만3814개 중 6506개 품목의 가격을 낮췄다. 복지부는 이 조치로 그해 약품비 약 1조4568억원을 절감했다고 평가했다. 건강보험과 환자의 약품비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제약사에는 매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약가를 우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조치가 추가 투자를 얼마나 이끌어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분석에 따르면 약가 인하로 매출 감소를 겪은 기업은 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 비급여 의약품 비중을 높이거나 약가가 내려가지 않은 품목의 영업을 강화했다. 수입 의약품 공동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약가 인하만으로는 R&D 투자와 수출 확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네릭 기업이 더욱 크고 강해지려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생산시설을 고도화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원활한 인수합병(M&A)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자와 수출을 뒷받침할 지원책이 충분하지 않다면 ‘규모를 키우라’는 주문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정부는 기업 혁신을 요구하기에 앞서 약가 인하로 줄어든 투자 여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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