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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읽는 듯"…세계 독자 사로잡은 韓 판타지·힐링소설

입력 2026-10-15 17:19   수정 2026-10-16 02:46


지난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북키시 러브 유니버스(Bookish Love Universe·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주)’ 행사장. 분홍색으로 꾸며진 사인회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책을 품에 안거나 휴대폰을 꺼내 든 독자들이 차례를 기다렸다.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사인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분주했다. 이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한국 소설가 박에스더와 백승연. 한국의 오컬트 판타지와 힐링 소설이 나란히 글로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박에스더의 <벽사아씨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쫓는 여성 퇴마사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소설로 지난해 독일에서 번역 출간됐다. 독일 대형 서점 탈리아의 한 직원은 한국 신화와 귀신 사냥, 로맨스가 어우러진 작품을 두고 “읽는 K드라마”라고 평했다. 현지 독자들 사이에서도 한국적인 세계관과 강인한 여성 주인공이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 작가는 “세계적으로 오컬트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 이를 한국적으로 풀어낸 점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연의 <편지 가게 글월>도 올해 독일어로 출간됐다. 편지를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 위로받는 이야기로, 한국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담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을 향한 해외 출판계의 관심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올해 이 도서전에는 김초엽, 천선란, 정보라, 최진영, 성해나, 예소연 등 한국 작가 14명이 참가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공동으로 꾸린 한국관에는 도서전 측이 보도자료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별도로 언급할 정도로 이목이 쏠렸다. 영국에서 온 문학 에이전트는 “한강 이후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번역되고 읽히는 생태계를 잘 구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 문학의 외연도 순문학을 넘어 공상과학(SF)과 판타지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도서전에서 열린 한국 SF 대담에는 김초엽과 천선란이 참석했다. 김 작가는 “인간이 인공지능(AI)에 침범당하는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인간이 끝내 정복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천 작가는 디스토피아를 즐겨 쓰는 이유에 대해 “절망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가장 새로운 한국문학의 목소리’ 행사에서는 최진영, 성해나, 예소연이 나란히 작품을 낭독했다. 최진영은 <단 한 사람>을 통해 인간의 구원과 사랑을, 성해나는 <인비인>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예소연은 <너의 나쁜 무리>로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맺는 관계를 이야기했다. 성 작가는 “한국적인 소재와 사회 문제를 다룬 이야기가 다른 나라에도 닿게 돼 영광”이라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서 벗어나 ‘우리’가 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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