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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비용 높은데, AI 투자 가능할까"…개미 덮친 '빅테크 빚투'

입력 2026-10-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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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15일 하루 만에 7% 넘게 폭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한국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폭락의 진원지는 간밤 미국에서 불거진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과 자금 조달에 대한 회의론이었다. 그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앤트로픽의 3분기 성적표였다. 밤사이 알려진 앤트로픽의 올 3분기 실적은 석 달 만에 매출이 45% 늘어 168억달러(약 22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시장은 크게 실망했다. 직전 분기 140%대이던 성장 속도가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 성장 속도만큼 중요해진 ‘돈줄’
골드만삭스가 압축한 시장 불안의 핵심은 ‘돈줄’이다. 장기화하는 고물가와 고금리보다 그 때문에 AI 투자 사이클을 뒷받침한 신용시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AI 투자를 계속하려면 앞으로도 엄청난 돈을 빌려야 하는데, 조달 비용이 비싸지는 환경에서 기존 계획대로 자금을 구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네오클라우드 1위 상장사 코어위브는 이 불안을 직격했다. 이 회사의 2032년 만기 무담보채 가격은 밤사이 액면가 1달러당 78센트 아래로 떨어져 ‘부실채권’ 영역에 들어섰고, 표면금리 연 9.6%짜리 채권 수익률은 15% 안팎으로 뛰었다. 향후 신규 차입과 차환에도 투자자들이 이런 수익률을 요구한다면 투자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자기자본 대비 차입 부담이 큰 코어위브와 오라클은 이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으며 주가 급락을 주도했다.

리치 프리보로츠키 골드만삭스 총괄은 “높은 자본비용 때문에 수요가 실제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반도체 공급망이 2027~2028년 ‘주문 공백’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증시가 주요국보다 더 크게 하락한 것도 메모리·하드웨어에 쏠린 산업 구조가 이 불안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7.6% 급락해 1.1% 내린 S&P500은 물론 일본 닛케이225(-4.9%), 대만 자취안(3.4%) 등 아시아 주요 지수보다 낙폭이 훨씬 컸다.
◇ 버블 붕괴 VS 과속방지턱
수요 전망의 신뢰도도 시험대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전력회사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요청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23%에 그쳤다. 계통 연결에 5~6년씩 걸리자 여러 지역에 중복 신청한 물량이 섞였기 때문이다. 우드매켄지는 “모두가 허수라는 뜻은 아니지만, 전력 공급 신청을 곧바로 확정 투자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AI 기업의 매출 증가율 둔화와 허수를 걸러내는 과정이 반드시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디렉터는 “비싸진 돈은 수익성 낮은 사업과 중복을 걸러내고 버블의 과도한 팽창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자본의 병목이 AI 성장 속도를 좀 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둘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유일한 성장 엔진인 AI 인프라 투자가 멈춰 서면 경기 침체 공포가 순식간에 덮칠 수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현재 미국 경제 상당 부분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이 멈춰설 경우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달 말 빅테크의 3분기 실적 발표는 이 갈림길의 시험대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금 조달 여건이 근본적으로 나아지려면 빅테크의 현금 흐름과 투자 계획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자금 경색과 기업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과 회사채 가산금리가 진정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를 위해선 경유와 물류비 부담, 물가지표와 금리 변동성이 하향 안정될 필요가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관련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 등 실적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며 “미국 금리가 안정되면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해소되고, 외국인 매도세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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