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비만치료제 ‘에페’가 이르면 이달 출시를 앞두고 첫 4주분 공급가를 12만980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운자로 시작 용량 공급가의 절반 수준이다. 위고비가 건강보험 급여도 신청하면서 신제품 출시와 보험 심사가 국내 비만약 가격 경쟁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에페 첫 4주 공급가 12만9800원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에페는 2㎎으로 시작해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투여한다. 업계에 알려진 공급가를 기준으로 첫 4주분은 12만9800원, 이후 5~8주분은 22만8800원, 9~12주분은 27만7200원이다. 최고 용량인 10㎎을 유지하면 4주 공급가는 29만9200원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공급가가 실제 환자 부담액과 다르다며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진료·처방비와 약국 판매가를 더한 환자 부담액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을 돕는 전문의약품이다. 허가상 체중관리 대상은 보통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다. 임상시험에서는 마운자로 성분인 터제파타이드와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72주간 투여했을 때 평균 체중이 각각 20.2%, 13.7% 감소했다. 다만 효과는 개인별로 다를 수 있고, 메스꺼움·설사·구토·변비 등 위장관 부작용이 흔해 용량을 단계적으로 조절한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국내 출시 당시 2.5㎎ 4주분 공급가가 약 27만8000원, 5㎎은 약 36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위고비는 2025년 8월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용량별 가격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모든 용량의 출하가가 약 37만2000원으로 같았지만, 시작 용량인 0.25㎎은 22만원대로 낮아졌다. 최고 용량인 2.4㎎은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
마운자로 절반 수준…용량 높이면 비용도 상승
가격 경쟁은 건강보험 급여 심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고비의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고도비만이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 심혈관질환·청소년 비만 등이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급여 적용 여부와 대상은 심평원의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 평가 등을 거쳐 정해진다. 위고비가 급여를 인정받으면 환자 부담이 낮아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적용 여부와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가격 경쟁이 감량 효과 경쟁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에페는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40주 투여 후 평균 체중 감소율 9.75%를 기록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직접 비교한 별도 72주 임상에서는 평균 감량률이 각각 13.7%, 20.2%였다. 임상 기간과 설계가 달라 수치만 놓고 약효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에페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한국인 임상 데이터를 앞세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환자 접근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한국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의 건강보험 급여도 신청하면서 가격 인하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에페의 실제 약국 판매가와 장기 투약 비용이 공개되면 신제품 출시가 환자 부담을 얼마나 낮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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