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씬에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다국적 걸그룹 A2O 라이트가 데뷔한 지 29시간 만에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의 메인 차트 '톱 100' 1위에 이름을 올렸다.
A2O 라이트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총괄 프로듀서가 새로 설립한 A2O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걸그룹이다.
이 프로듀서는 2023년 SM 경영권 분쟁 당시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체결한 3년 경업금지 약정으로 인해 국내 매니지먼트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에 중국·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회사의 기반을 다졌고, 올해 초 경업 금지 기간이 끝나면서 마침내 국내에서 신인을 론칭하게 됐다.
이 프로듀서는 A2O 라이트와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을 동시에 선보였다. 이 중 A2O 라이트가 더 눈에 띄는 데뷔 성적표를 내놨다. 데뷔곡 '니온(NEON)'은 국내 음원차트 정상으로 직행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니온 앤 비욘드'라는 가사가 '미혼 앤 비혼'으로 들린다며 밈처럼 확산했다. 중독적인 전자음이 계속 귀에 맴돈다는 반응과 함께 '신(新) 수능 금지곡'으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신인 그룹임에도 A2O 라이트와 묶이는 단어는 의외로 추억, 향수 등이다. 과거 이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오랫동안 쌓아 온 'K팝의 정형성'이 전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하게 꽂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3분 30초에 이르는 비교적 긴 곡 길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칼군무, 명확한 댄스 브레이크 구간, 후반부 고음을 내지르는 이른바 '성녀 파트' 등이 다 포함됐다.
K팝은 글로벌 전략을 택하며 최근 몇년 간 장르적 변화를 겪어왔다. '각 잡힌 스타일'에서 이지 리스닝,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방향을 전환했고, 쇼츠 영상을 확산하기 위해 기승전결이 다소 부족한 '훅'을 강조하기도 했다.
A2O 라이트에 대한 지지는 대부분 과거 K팝 스타일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오고 있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소녀들, 다 인원이 만들어내는 군무, 자극적인 전자음 등에 음악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전에 없던 아예 새로운 개념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K팝 본연의 매력을 느끼고자 했던 이들의 갈증을 제대로 해소해 준 셈이다. "이게 K팝이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익숙함을 온전히 A2O 라이트만의 신선함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과제는 있다. '과거의 무언가'와 비교되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중국인 멤버 아이찡은 보아의 데뷔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로 '중국 보아'라고 불리고 있다. 그룹 인원수를 두고는 소녀시대가 생각난다는 반응이 있고, '니온' 곡 자체에는 f(x)의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붙고 있다. '니온'의 댄스 브레이크 구간은 f(x)의 히트곡 '일렉트릭 쇼크' 멜로디와 비교되기도 한다.
실제로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이 프로듀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무엇이 다른가?"라고 매번 질문한다고 했다. 다만 음악에 있어서는 "'어떤 것이 다른가?', '뭐가 다른가?'를 찾으려고 하기 전에, 먼저 '좋다'라는 느낌을 받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던 바다.
A2O의 음악은 이 프로듀서와 오래 호흡해 온 유영진 프로듀서가 책임지고 있다. 유 프로듀서의 음악 색깔은 K팝 팬들도 익숙하게 알고 있을 정도로 뚜렷하다. 이에 반가움의 정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친숙한 공식이 되레 신선하게 느껴진 셈이다. '니온'은 크레딧도 간결하다. 유 프로듀서와 함께 뎀 조인츠(Dem Jointz)만이 이름을 올렸다.
관건은 '올드함에 잠식되지 않은 독창성'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다. 익숙한 '아는 맛'으로 강한 자극을 주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렇기에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해졌다. A2O 라이트가 고유의 색깔과 신선함을 증명하며 지속적인 팬덤 확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A2O 라이트는 한국인·중국인·일본인·태국인으로 구성됐는데, 중국인이 3명이나 포함돼 눈길을 끈다.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5세로, 최연소 멤버 3명은 13세다.
한편 A2O엔터테인먼트는 이 프로듀서의 조카이자, 그룹 소녀시대 써니의 친언니인 이진규 씨가 한국 지사 대표이사로서 함께 이끌고 있다. 써니 역시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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