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혼앤 비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나란히 춤을 춘다. 걸그룹 A2O LITE의 노래 ‘NEON’에 맞춰 팔을 뻗고 몸을 흔드는 모습이 제법 능숙하다. 실제로는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울 법한 두 사람이지만 영상 속에서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이른바 ‘미혼앤 비혼’ 댄스 챌린지 영상이다. ‘미혼앤 비혼’은 노래 가사의 일부를 들리는 대로 옮긴 표현이다. 두 사람의 합동 댄스 영상이 퍼지면서 해당 문구도 온라인에서 유행하고 있다.

뜻밖의 조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최태원 SK회장과 나란히 춤을 추고,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주인공들도 극 중 갈등을 잊은 듯 같은 안무를 선보인다. 방송인 박명수와 정준하,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도 춤판에 합류했다. 평소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들이 걸그룹의 절도 있는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에 온라인에서는 재미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소녀시대 써니도 이 유행에 동참했다. 자신의 삼촌인 이 전 총괄과 작곡가 유영진이 함께 춤을 추는 합성 영상을 SNS에 올려 25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물론 이들이 실제로 춤을 춘 것은 아니다. 모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이다.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누구나 아이돌처럼 춤을 추게 만드는 'AI 댄스 챌린지'가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영상 제작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AI 영상 제작 플랫폼 ‘힉스필드(Higgsfield)’다. 최근 주목받는 기능은 ‘겐주츠(Genjutsu)’다. 기존 영상에 담긴 움직임을 다른 인물에게 그대로 옮겨주는 기술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따라 추고 싶은 춤 영상을 올린 뒤 춤을 출 인물의 사진을 첨부하면 된다. AI가 원본 영상의 춤 동작을 분석해 사진 속 인물이 같은 안무를 추는 영상으로 바꿔준다.
단순히 얼굴만 바꾸는 수준은 아니다. 원본 영상 속 인물의 팔과 다리 움직임은 물론 몸을 돌리는 방향과 안무의 박자, 카메라 움직임까지 반영한다. 실제 춤을 추는 사람을 다른 인물로 바꿔 촬영한 것처럼 영상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기자가 직접 영상을 제작해봤다. 원곡의 댄스 영상과 기자, 동료 기자의 사진을 힉스필드에 올렸다. 별도의 영상 편집 기술 없이 약 3분 만에 두 사람이 나란히 춤을 추는 영상이 완성됐다.

결과물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원본 영상의 절도 있는 안무를 그대로 따라 했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모습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춤을 추는 도중 표정이 바뀌는 모습까지 구현됐다. 옷차림도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다만 제작 과정에서 별도의 본인 확인이나 동의 절차는 없었다. 동료 기자의 사진을 올렸지만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확인하거나 이를 증명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사진만 확보하면 비슷한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다.
AI 댄스 챌린지의 인기는 관련 서비스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힉스필드의 온라인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55% 증가했다. 1년 만에 약 54.6배로 늘어난 것이다.
다른 AI 영상 제작 앱 이용자도 증가했다. '클링AI(KLING AI)'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9월 2만4974명에서 올해 9월 8만8049명으로 약 3.5배 늘었다. 올해 1월에는 45만7764명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댄스AI(Dance AI)'와 '콜라트AI(Collart AI)' 등 사진 속 인물의 춤추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과거에는 인물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자연스럽게 합성하려면 전문적인 영상 편집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이용자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AI 댄스 챌린지가 확산하면서 타인의 얼굴을 동의 없이 활용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SNS에서는 “남의 얼굴로 마음대로 영상을 만드는 건 무례한 것 같다”,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느낌이다”, “노출 영상이 아니더라도 딥페이크가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제는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특정 인물이 실제로 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의 사진도 활용할 수 있어 조롱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상 타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활용한 AI 합성 영상이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다만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등을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따라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상의 내용과 유포 방식에 따라 초상권 침해나 명예훼손 등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올해 1월 시행된 AI기본법 역시 이런 콘텐츠를 직접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법은 주로 생성형 AI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AI 생성물 표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영상을 만드는 일반 이용자에게까지 의무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논란이 남아 있다.
유명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AI로 복제해 일반 콘텐츠를 제작하는 행위 자체를 포괄적으로 형사처벌하는 별도 규정도 없다. 영상의 제작 목적과 활용 방식, 피해 발생 여부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 한 장으로 누구나 정교한 합성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콘텐츠 제작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타인의 얼굴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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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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