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팅은 제2의 인생입니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서 50년 넘게 물질해 온 해녀 김순자 씨(74)는 최근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민박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물질과 장사로 가족을 키우며 지켜 온 집이다. 오랫동안 민박의 꿈을 마음에 품었던 김 씨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갑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고 했다. 최 씨는 "하루를 묵든 이틀을 묵든 우리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가족처럼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공유 숙박 엑스포(K-Stay Expo 2026)에서 만난 김 씨는 신엄리 어촌계의 새내기 해녀 최순덕 씨(55)와 함께 행사장을 둘러봤다. 두 사람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에어비앤비 커뮤니티 펀드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할망스테이' 시즌2의 호스트다. 숙소 운영과 안전관리, 게스트 응대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행사 전날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남는 방을 활용해 민박을 운영하는 것은 김 씨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집을 정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인허가 절차도 낯설었다. 물질을 이어가면서 숙소까지 혼자 운영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주변 해녀들을 두고 김 씨는 "제주 여자들은 정말 일을 많이 하는데 쉬지를 않는다. 해녀들은 물때에는 물질을 하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밭에 가서 일을 하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민박을 하는 건 안 해 본 일이라 다른 세상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로 예약 관리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사용을 꼽았다. 외국인 손님과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덧붙였다.
할망스테이 참여는 전환점이 됐다. 숙소 정비와 개장 준비를 지원받으면서 막연했던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이 없었다면 시작할 수 있었겠느냐는 물음에 김 씨는 "아마 혼자서는 시작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예약 관리와 청소는 며느리가 돕는다. 덕분에 김 씨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살피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손님들이 궁금해한다면 해녀들이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와 자신이 살아온 행원리의 풍경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최 씨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카페를 운영하다 2020년 제주에 정착해 해녀에 도전했다. 최 씨는 호스팅을 "삶으로 초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50년을 살다 제주에서 해녀의 꿈을 이룬 자신처럼 숙소를 찾는 이들도 새로운 꿈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애월당귤’'이라는 숙소를 운영하던 최 씨가 할망스테이에 참여한 것은 수익보다 사업이 지닌 의미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숙소 1층은 해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해녀들이 물질 전후 함께 모여 몸을 녹이고 쉬던 ‘불턱’의 의미와 온기를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최 씨에게 숙소는 잠자리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제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여행자에게 전하는 통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활동하는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커뮤니티 펀드를 조성했다. 올해 3월에는 제주올레를 지원 단체로 선정하고 15만 달러(약 2억1750만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제주올레는 이를 바탕으로 시니어 여성들의 빈방을 숙소로 정비하고, 예비 호스트의 개장과 운영 준비를 돕고 있다.
할망스테이는 인근의 숙련된 호스트가 예약 관리와 게스트 응대를 지원하는 에어비앤비 공동 호스트 네트워크와도 연계하고 있다. 최 씨의 숙소도 운영 노하우를 갖춘 공동 호스트가 관리를 돕고 있다. 덕분에 운영 부담을 크게 덜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엑스포 현장에서 두 사람은 관련 부스를 찾아 궁금했던 점을 묻고, 공간 연출과 게스트 응대 강연 일정도 꼼꼼히 살폈다.
김 씨는 "손님을 맞이하려면 방을 깨끗하게 꾸미는 것 외에도 알아야 할 것이 많아 직접 배우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경험이 많은 다른 호스트들의 노하우를 듣고 할망스테이에 적용할 수 있는 손님맞이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행사에서 얻은 정보 가운데 할망스테이에 필요한 내용을 골라 객실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은 "공유숙박은 산업이나 정책의 관점에서 이야기되기 쉽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호스트 대부분은 오늘 두 해녀분처럼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분들이고, 자신의 집과 숙소 하나하나에 정성과 진심을 쏟아 게스트를 맞이하고 있다"며 "게스트에게는 숙소에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 다른 숙박 형태와 달리 공유숙박만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고, 호스트에게는 자신이 살아온 공간이 삶의 영역과 경제적 기반을 넓히는 새로운 터전이 된다"고 말했다.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지역 여행의 활성화는 슬로건이 아니라, 결국 할망스테이처럼 공간과 사람, 이야기가 한데 모인 곳에서 출발한다"며 "이런 뜻깊은 호스트분들을 찾아내고 지원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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