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 문구 중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는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문장은 1947년 탄생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다이아몬드는 변하지 않는 사랑의 상징이 됐다. 여전히 수많은 연인들이 결혼을 약속하며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고받는다.
이 문구를 만들어낸 기업은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채굴·유통업체 ‘드비어스’다. 한때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다이아몬드의 이미지를 만들어 온 기업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의 영원함을 설파했던 이 회사의 운명은 영원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138년 역사를 가진 드비어스가 매각을 앞두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명품업계 등에 따르면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등을 보유한 스위스 명품그룹 리치몬트는 드비어스 인수를 추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드비어스 지분 85%를 보유한 영국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은 2024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다. 최근 협상에서 거론되는 85% 지분 가격은 약 10억달러다.

14년 전인 2012년 앵글로아메리칸이 드비어스 지분 40%를 인수하는 데 지급한 금액이 약 51억달러다. 과거 지분 거래 가격과 현재의 매각 협상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다이아몬드 제국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드비어스의 역사는 19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0년대 후반부터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다이아몬드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세계 각지의 광부와 사업가들이 몰려들었다. 오늘날 남아공 킴벌리 지역을 중심으로 거대한 다이아몬드 채굴 산업이 형성된 배경이다.
이곳에 뛰어든 인물 중 한 명이 영국 출신의 세실 로즈였다. 그는 광산에 물이 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배수 사업 등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후 그 자금을 바탕으로 주변 광산의 채굴권을 차례로 사들였다. 작은 광산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는 다이아몬드 생산량이 늘 때마다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888년 로즈는 경쟁자였던 바니 바나토와 사업을 합쳐 드비어스 통합광산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초기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땅의 소유주였던 드비어 형제의 성에서 따왔다. 로즈가 구상한 사업 모델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다이아몬드 생산과 공급을 장악하면 가격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이아몬드가 무조건 많이 팔리는 것보다 시장에 일정한 물량만 유통되는 편이 사업에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전략은 성공했다. 드비어스는 광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원석 유통망을 통제하면서 거대한 독점 기업으로 성장했다. 드비어스는 중앙판매기구(CSO)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 원석의 유통을 통제했다. 시장에 원석이 넘쳐날 때는 재고를 쌓아두고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유통업체들은 드비어스가 정한 조건에 따라 원석을 공급받았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드비어스는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했다. 그만큼 세계 다이아몬드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했다.
회사가 선택한 것은 광고였다. 1939년 미국에서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며 다이아몬드를 결혼과 사랑의 상징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광고가 1947년 ‘A Diamond Is Forever’라는 문구다. 이 문장은 다이아몬드가 가진 물리적 특성을 인간의 감정과 연결했다. 쉽게 변하지 않는 보석의 속성을 영원한 사랑에 빗댄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단순히 값비싼 보석이 아니라 평생 간직해야 할 사랑의 증표로 바꿔놓았다.

전략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결혼 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고, 이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미국 광고업계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는 이 문구를 20세기 최고의 광고 슬로건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욱 근본적인 위협이 등장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생성돼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성분·경도를 지니면서 가격은 통상 10~20%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겉모습과 물성이 같은 다이아몬드를 천연석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수요를 빠르게 옮겨 갔다.
드비어스 역시 불가피한 시장 변화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 '라이트박스'라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 브랜드를 출시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별개의 패션 주얼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가격 경쟁은 예상보다 빠르게 심화했다. 드비어스에 따르면 라이트박스 출시 이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주얼리용 도매가격은 약 90% 떨어졌다. 결국 드비어스는 지난해 라이트박스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드비어스는 다시 천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과 가치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와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 천연 다이아몬드만의 이야기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보석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이 높은 강도로 압박받기 시작한 것이다.
드비어스의 지난해 매출은 34억9300만달러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기초 영업손실은 7억8700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억8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이아몬드 원석의 평균 판매단가는 캐럿당 155달러에서 105달러로 32% 떨어졌다.
최근 드비어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과거 드비어스를 이끌었던 개러스 페니 전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글로벌 다이아몬드 컨소시엄(GDC)이다. 리치몬트뿐 아니라 미국 대형 보석 유통기업 시그넷도 참여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치몬트 그룹의 인수 참여가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이 그룹은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등 세계적인 하이주얼리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어서다. 드비어스 인수에 참여하면 고급 주얼리의 핵심 원재료인 천연 다이아몬드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다만 매각 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하락과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확산으로 사업의 장기 수익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여기에 드비어스 지분 15%를 보유한 보츠와나 정부의 입장도 변수다. 보츠와나는 드비어스 지분 매각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 드비어스의 주요 광산이 위치한 만큼 이번 매각은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을 넘어 아프리카 자원국들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잠재적 인수자들로서는 광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도 부담이다. 다이아몬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광산 유지와 설비 투자에는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드비어스는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네티아 광산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주얼리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미래 가치”라며 “지금이 수십 년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보석 기업을 저렴하게 사들일 기회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쇠퇴하는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최종 거래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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