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1일 14: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사모펀드(PEF)들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로서 산업 전체를 뒷받침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임유철 H&Q코리아 공동대표는 21일 한국의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으며 위상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부와 대중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 업계 전반이 신뢰 회복 과제를 안고 있지만, 대외 소통을 강화해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이날 싱가포르 파크로얄컬렉션피커링 호텔에서 열린 'ASK 싱가포르 2026'에서 한국 PE(K-PE) 세션의 발표자로 나서 한국 PEF 제도 21년 역사를 개괄했다.
2024년 기준 국내 M&A 시장에서 PE 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63%로 집계됐다. 2000년 13% 수준이던 비중이 20여년 만에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전체 M&A 규모가 정점을 찍은 2021년에도 PE 비중은 56%였다. 닷컴 버블 붕괴와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굵직한 위기를 거치면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의미다.
임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의 PEF가 태동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 불어닥친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계 PE와 기업구조조정회사(CRC)가 들어왔고, 2005년 국내 PEF 제도가 도입되며 외국계가 주도하던 시장에 토종 PEF가 합류했다. 2021년에는 투자 목적별 분류(전문투자·경영참여형)를 LP 유형별(일반·기관전용)로 바꾸는 개편이 이뤄져 투자자 보호가 강화됐다.
자금 규모도 빠르게 불었다. PEF 약정액은 2017년 63조원에서 2024년 154조원으로, 납입액은 같은 기간 46조원에서 118조원으로 늘어 연평균 13.6%, 14.4% 성장했다.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연기금과 공제회, 은행·증권·보험사, 정책금융기관이 한국 PE들의 주요 LP다. 임 대표는 "대체투자 자산군 내에서 국내 LP들에 좋은 수익률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PE는 구조조정 자금의 공급처 역할도 해왔다"고 강조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5~2024년 PEF 투자기업의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12%로 전 산업 평균(4%)의 3배였으며, 고용 증가율도 9%로 평균(4%)을 웃돌았다. 그는 "기업 가치 제고와 수많은 운영 개선을 이뤄냈으며, 대기업 그룹과 가업 승계 문제 등을 겪는 수많은 중견기업을 위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최근 들어 PEF의 일부 투자 사례가 도마 위에 오르며 업계 전체에 덧씌워진 부정적 시선을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차입매수(LBO), 경영권 분쟁, 소액주주 권익 문제가 불거지며 대중과 정부의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고 임 대표는 짚었다. 국회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에 업계는 PEF협의회를 중심으로 자율 규제강화 등의 준법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 대표는 "내년부터 상근 체제의 PEF협회를 설립해 대중과 정부, 국회와 소통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둘 것"이라며 "이는 PEF 업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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