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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혼자 어떻게 다 먹나"…요즘 잘 팔리는 먹거리의 비밀 [트렌드+]

입력 2026-10-19 20:04   수정 2026-10-19 20:24


한 손에 쥐기 버거울 만큼 묵직한 대형 버거가 등장하고, 종일 마셔도 남을 1L 넘는 커피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밥 한 공기 분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110g짜리 즉석밥이나 일반 케이크의 4분의 1 크기로 줄인 미니 케이크도 인기를 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제품 크기를 극단적으로 키우거나 줄이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얼핏 정반대처럼 보이는 전략이지만 사실 비슷한 셈법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존 제품에 새로운 '구매 동기'를 부여해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겠다는 것이다.
대형 버거부터 절반 크기 즉석밥까지…사이즈 차별화 나선 식품업계

한국맥도날드는 이날 기존 햄버거보다 크기를 키운 신메뉴 '빅아치'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빅아치는 참깨와 치아씨드를 토핑한 4.5인치 번(버거 빵)을 사용한다. 여기에 113g짜리 순쇠고기 패티 2장과 화이트 체다 치즈 3장을 얹고 양상추와 오이 피클, 생양파를 더했다. 현재 맥도날드가 판매하는 메뉴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다.

이 메뉴는 기존 버거보다 크고 든든한 한 끼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를 겨냥해 개발됐다. 포르투갈과 독일, 캐나다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 뒤 판매 국가를 점차 확대해 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출시 이후 맥도날드의 대형 버거 제품군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페 업계에서도 음료 용량을 대폭 늘린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5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티 등 인기 음료 9종을 1L 용량으로 늘린 대용량 보틀음료를 선보였다. 당초 여름철 수요를 겨냥해 배달·포장 전용 메뉴로 출시했지만, 계절이 바뀐 현재까지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지난달 해당 라인업 판매량은 출시 첫 달인 5월보다 약 10% 증가했다.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 지난 4월 기존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보다 용량이 약 4배 큰 1.4L 대용량 커피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서울역과 강남 등 일부 플래그십 매장에서 기간 한정으로 선보였지만, 이후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상시 판매로 전환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출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누적 3만5000잔이 팔렸다.


반대로 제품 크기를 과감하게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용량이 110g인 '햇반 미니밥'을 출시했다. 햇반의 대표 제품인 백미밥(210g) 대비 중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고급 호텔이 내놓는 디저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시그니엘 서울이 올여름 일반 케이크의 4분의 1 크기로 선보인 소형 디저트 ‘망고 쇼트케이크’는 지난달 기준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07% 급증했다. 홀케이크 한 판을 다 먹기 부담스러운 1~2인 가구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젊은 층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시장 경쟁 치열…'크기'도 마케팅 수단으로

식음료업계의 이 같은 '크기 경쟁'은 단순히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식품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매일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면서 맛이나 품질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데 더 신중해지면서 식품기업들도 새로운 구매 동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제품의 크기를 바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초대형 제품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크기 자체가 경쟁력이다. 평범한 제품도 크기를 몇 배로 키우면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쉽다. 특히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을 직접 먹거나 사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확산하면 별도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던킨의 '자이언트 버킷'은 출시 일주일 만에 관련 소셜미디어(SNS) 콘텐츠 누적 조회수가 1300만회를 넘어섰다.

반면 초소형 제품은 가격 부담을 낮춰 구매 문턱을 낮추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소비 행태가 확산하면서 소용량 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대용량 제품이 단위당 가격에서는 유리하더라도 남겨서 버리는 것보다 필요한 양만 구매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맛이나 재료를 차별화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용량과 크기도 중요한 기획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소비 목적과 상황에 따라 원하는 제품 크기가 달라지는 만큼 이를 세분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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