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테크 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해결할 에너지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찬밥 신세였지만, 최근엔 기후테크 스타트업 관련 거래가 신기록을 세우는 등 1년 만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당수는 에너지 스타트업들이었다. 인수된 기업의 3분의 1 이상, IPO 기업의 약 60%가 에너지 분야에 집중됐다. 지열 개발업체 퍼보에너지, 첨단 원자로 기업 엑스에너지, 전력 장비 제조업체 포전트파워솔루션스 등 3곳이 신규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의 약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의 영향이다.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전력 공급을 뒷받침할 새로운 기술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간 부진했던 기후테크 업계가 숨통을 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미래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았던 기후테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쭉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지원을 위한 세액공제를 축소하자,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오던 기후 스타트업 상당수가 폐업 직전까지 내몰리면서다. 미국 전역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원책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거세진 것도 스타트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데 한몫했다.
올해는 그래도 달랐다. 에너지 수요를 필두로 올 상반기 기후테크 IPO 자금 조달액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스타트업의 사업 성숙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기후테크 붐이었던 2020년대 초에는 많은 기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방식을 통해 상장했으나, 이번에는 통상 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IPO 방식이 인기를 얻었다.
다만 지속이 가능한 식품·농업 등 다른 기후테크 분야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어 양극화가 심한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조슈아 포사멘티어 콩그루언트벤처스 매니징파트너는 “이런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거래 증가는 업계 생태계 전반의 자금 순환을 유지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뉴욕 기후주간 행사에서도 화두는 전력이었다. 미국의 기후테크 전문 VC 볼로어스벤처스의 공동 창업자 카림 다바그는 “기후주간은 사실상 ‘AI·데이터센터 주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며 “나를 포함해 기후 분야 투자자 대부분이 에너지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후테크의 본령이었던 탈탄소를 두고는 트렌드가 끝났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쇼믹 두타 오버처벤처스 공동창업자는 “탄소 제거에 지나치게 투자한 것은 실수였다”며 “그 시장은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건전하지 않다”고 했다. 탄소 제거 크레딧 구매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련 구매를 대폭 줄인데다, 탄소제거 기술의 비용이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어 시장이 침체한 것이 그 배경이다. 올해 기후테크 VC의 탄소 분야 지분투자는 61% 감소해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이처럼 VC의 태도 변화가 뚜렷해지자 일각에선 “AI 데이터센터용 전력에 투자하는 게 기후테크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테크 벤처투자의 목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것인데, AI 붐은 천연자원을 소비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 환경에는 해악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AI 인프라 확장이 보다 지속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반박한다. 캐롤리나 에체코파르 카본에쿼티 투자매니저는 “기후 분야 VC인 우리가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 에너지로 반등한 기후테크
최근 블룸버그는 시장조사업체 커런스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세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 및 인수가 역대 최대였다고 보도했다. 올해 발표된 관련 거래 건수는 1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상당수는 에너지 스타트업들이었다. 인수된 기업의 3분의 1 이상, IPO 기업의 약 60%가 에너지 분야에 집중됐다. 지열 개발업체 퍼보에너지, 첨단 원자로 기업 엑스에너지, 전력 장비 제조업체 포전트파워솔루션스 등 3곳이 신규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의 약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의 영향이다.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전력 공급을 뒷받침할 새로운 기술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간 부진했던 기후테크 업계가 숨통을 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미래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았던 기후테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쭉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지원을 위한 세액공제를 축소하자,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오던 기후 스타트업 상당수가 폐업 직전까지 내몰리면서다. 미국 전역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원책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거세진 것도 스타트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데 한몫했다.
올해는 그래도 달랐다. 에너지 수요를 필두로 올 상반기 기후테크 IPO 자금 조달액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스타트업의 사업 성숙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기후테크 붐이었던 2020년대 초에는 많은 기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방식을 통해 상장했으나, 이번에는 통상 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IPO 방식이 인기를 얻었다.
다만 지속이 가능한 식품·농업 등 다른 기후테크 분야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어 양극화가 심한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조슈아 포사멘티어 콩그루언트벤처스 매니징파트너는 “이런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거래 증가는 업계 생태계 전반의 자금 순환을 유지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후 지고 전력 뜬다”
기후테크 벤처캐피털(VC)들도 최근엔 자금을 AI 전력 테마에 쏟아붓고 있다. 커런스에 따르면 올해 기후테크 벤처·성장투자 펀드의 에너지 및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투자액은 총 310억달러로, 전체 자금의 69%를 차지했다. 5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은 20% 남짓이었다.
지난달 뉴욕 기후주간 행사에서도 화두는 전력이었다. 미국의 기후테크 전문 VC 볼로어스벤처스의 공동 창업자 카림 다바그는 “기후주간은 사실상 ‘AI·데이터센터 주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며 “나를 포함해 기후 분야 투자자 대부분이 에너지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기후테크의 본령이었던 탈탄소를 두고는 트렌드가 끝났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쇼믹 두타 오버처벤처스 공동창업자는 “탄소 제거에 지나치게 투자한 것은 실수였다”며 “그 시장은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건전하지 않다”고 했다. 탄소 제거 크레딧 구매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련 구매를 대폭 줄인데다, 탄소제거 기술의 비용이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어 시장이 침체한 것이 그 배경이다. 올해 기후테크 VC의 탄소 분야 지분투자는 61% 감소해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이처럼 VC의 태도 변화가 뚜렷해지자 일각에선 “AI 데이터센터용 전력에 투자하는 게 기후테크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테크 벤처투자의 목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것인데, AI 붐은 천연자원을 소비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 환경에는 해악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AI 인프라 확장이 보다 지속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반박한다. 캐롤리나 에체코파르 카본에쿼티 투자매니저는 “기후 분야 VC인 우리가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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