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각 자치구들이 동네 상권을 경쟁적으로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하면서 서울의 골목형상점가가 2년도 안 돼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정 문턱을 높이고 수도권 골목상권의 온누리상품권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서울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기대만큼 실익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청들이 골목형상점가 지정에 공들이는 건 온누리상품권 혜택 때문이다. 골목형상점가는 소상공인 점포가 모인 골목을 전통시장처럼 지원하는 제도다. 지정되면 점포들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될 수 있고, 정부와 서울시의 상권 지원 공모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상인은 골목형상점가로 신규 지정되자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웠는데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지정 문턱이 낮아진 영향도 컸다. 도봉구는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처음 조례를 고쳐 ‘2000㎡ 안에 점포 30개 이상’이던 기준을 15개 이상으로 낮췄다. 서초구도 같은 달 조례를 고쳤다. 서울시는 2029년까지 골목형상점가를 60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상권마다 2000만~4000만원의 공동 마케팅비를 지원하고 있다.
골목형상점가가 늘면서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만든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도 크게 확대됐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골목형상점가의 온누리상품권 사용액은 1조2868억원으로, 전통시장의 사용액(1조4837억원) 수준에 이르렀다.
지방정부가 조례로 지정 기준을 마음대로 낮추는 것도 방지한다. 재정자립도 상위 25% 지역은 점포 30개 이상, 중위 50%는 20개 이상을 갖춰야 하고, 지정 전에는 중기부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서울 자치구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자치구는 기준이 다시 30개로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지정된 상권에 새 기준을 적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기부 개편안은 방향만 나왔을 뿐 내용과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필요하면 자치구와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중기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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