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 28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가운데 금융주, 통신 등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는 일부 매수 움직임이 나타나 관심이 쏠린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한 달(9월19일~10월19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8조577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6.3% 하락했다. 올해 들어 200조원이 넘게 팔아치워 역대급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네오클라우드 1위 상장사 코어위브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업에 대한 신용 리스크가 불거지자 증시 내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주식을 매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17조1800억원어치와 5조15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금융, 통신 등 경기방어주는 일부 매수에 나섰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4262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SK텔레콤(1331억원)도 상위에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은 우리금융을 가장 많이 샀고, SK텔레콤 역시 꾸준히 사들였다.
이를 제외하면 이수페타시스(1585억원), HMM(1336억원), DB하이텍(1265억원) 등 올 3분기 실적 눈높이가 상향된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이 반도체 쏠림의 포트폴리오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증시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반도체와 상관관계가 낮은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이후 7거래일 만에 코스피가 21% 하락했는데 이번 주가 하락은 통상적이지 않다"며 "결국 반도체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에서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2분기 25%에서 지난 6월 60%대까지 늘었다"며 "기업 실적이 좋더라도 쏠림과 편중은 안정적인 경기와 증시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점에서 분할 매수 구간으로 볼 수 있으나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편중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지난 1년간 반도체와 상관관계가 낮거나 역으로 움직인 업종은 미디어엔터, 호텔레저 등 소비 업종과 건강관리, 코스닥"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도 최근 발간한 한국 주식시장 리포트에서 "외국인은 아시아 전반에서 AI 관련 종목을 매도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자사주 매입 기간부터 이어진 순매도 흐름이 10월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추세추종 투자자도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지난 1년간의 극단적인 순매수 포지션에서 순매도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JP모간은 최근 반도체 업종의 급락과 함께 하락한 비반도체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 주식의 조정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글로벌 AI 투자심리와 상관관계가 낮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비반도체 기업 중 과매도·저평가 종목으로 현대차, 삼성생명,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고려아연, HD한국조선해양, SK텔레콤, 미래에셋증권 등을 꼽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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