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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만 돈 버는 태양광으론 한계…'1가구 1태양광' 시대 열어야"

입력 2026-10-22 11:13   수정 2026-10-22 13:29

"사업자만 돈 버는 태양광으론 한계…'1가구 1태양광' 시대 열어야"


7년 전 민간 주도로 처음 제정된 '재생에너지의 날'(10월 23일)이 올해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국내 발전 비중 11%를 기록한 재생에너지를 국가 주력 전원으로 육성하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법정기념일 지정을 계기로 지난 5월 발표된 정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민간 워킹그룹 총괄위원장을 역임한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인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의 은사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 등에서 정책 자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조상민 한국공학대 교수, 김진수 한양대 교수 등은 허 교수의 연구실을 거쳐 간 제자들이다. 허 교수는 내년부터 2년간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를 이끌 예정이다. 다음은 1문 1답.

▷‘신·재생에너지’에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재생에너지가 자연에서 얻는 실제 ‘에너지원’이라면, 신에너지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 신기술’입니다. 수소, 연료전지, 석탄가스화발전(IGCC) 등이 대표적입니다. 과거 정부가 관련 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두 개념을 묶어 썼던 영향이 큽니다. 정부도 2020년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부터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목표를 분리해왔습니다. 수소경제 기본계획이 별도로 마련되면서 올해 수립된 기본계획은 온전히 재생에너지만 다루는 ‘첫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 됐습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해 ‘대규모 보급(많이)·국내 공급망 보호(국산)·단가 인하(싸게)’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유지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내년부터 정부 주도의 계약시장 제도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업자가 정부가 제시한 상한가 안에서 입찰가를 써내 낙찰되면 20년 안팎의 장기고정가격 계약을 맺는 방식이죠. 가격 변동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금융 비용 등 부대비용이 낮아져 전반적인 발전단가 인하로 이어질 겁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거친 경로입니다. 여기에 입찰 평가 시 국내 공급망 기여도를 반영하도록 설계하면 설비 보급과 국내 제조업 보호를 함께 꾀할 수 있습니다."

▷계약시장 경쟁입찰로 단가를 낮추면 영세 소규모 사업자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반발이 거센데요.
"규모가 작은 사업자들을 대규모 사업자와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시켜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부가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계약시장을 분리 개설하고, 맞춤형 지원 혜택을 제공하는 실무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압니다. 과거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RPS로 넘어갈 때도 유사한 완충 장치를 뒀습니다. 기본계획이라는 큰 틀의 방향성 아래서 세부 실행 방안을 통해 소규모 사업자의 연착륙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습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특히 태양광 편중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들지 않는 대신 초기 설비비가 대부분인 자본집약적 산업입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대기업이나 공기업보다는 1만개가 넘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다 보니 초기 투자비가 적고 반대가 덜한 태양광에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규모 공급은 어렵지만, 지역 분산형 전원으로 적합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기본계획이 특정 지역 쏠림을 보완하고 분산형 전원의 역할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입니다. 전체 재생에너지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열에너지' 공급 계획도 이번에 비중 있게 반영됐습니다."

▷태양광을 늘리려 해도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확충이 최대 걸림돌로 꼽힙니다.
"재생에너지는 본래 전력망에 억지로 물리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자가소비형' 분산전원인데, 지금은 무조건 중앙 전력망에 연결해 멀리 보낼 고민만 하니 계통 부족과 간헐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입니다. 장거리 송전선로를 까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도 필요하지만, 대규모 발전소와 중앙 송전망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주민 반대와 계통 병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동네 주민들이 본인이 원하는 에너지를 직접 선택해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역 자급자족형'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중앙 전력망의 부담을 덜어내야 합니다."

▷전력망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말씀인가요.
"한국 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절약과 수요 효율화' 논의가 완전히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발전소를 얼마나 더 짓고 선로를 어떻게 깔까 하는 공급 경쟁만 벌이다 보니, 똑같은 경제 성장을 거두면서 전기를 덜 쓸 수 있게 만드는 구조 개혁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그 사이 대표적인 다소비 국가였던 미국마저 에너지 효율을 유럽 수준으로 바짝 끌어올렸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과 엇비슷했던 한국의 에너지 효율(원단위)이 지금은 미국보다도 나빠진 현실을 정책당국이 뼈아프게 직시해야 합니다."

▷전력망 포화 문제를 풀 대안으로 '일반 국민의 자가소비용 설비'를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유럽이나 미국은 전기요금이 비싸 보조금 없이도 지붕에 태양광을 깔면 전기요금이 크게 절감돼 주민 스스로에게 큰 이익이 됩니다. 반면 한국은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하다 보니 자가소비형 재생에너지의 태생적인 경제성이 묻혀버렸습니다. 보조금 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자 융자 중심으로 정책을 펴다 보니 사업자 위주로 판이 짜였던 것이죠. 하지만 사업자가 들어갈 만한 큰 땅이나 산, 바다는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게다가 사업자만 수익을 가져가니 설비가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은 소외돼 반발만 남았습니다. 사업자용 시장은 가격 거품을 빼는 경쟁입찰로 전환하되, 앞으로의 진짜 보급 동력은 일반 국민이 직접 혜택을 체감하는 모델에서 찾아야 합니다."

▷일반 국민과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급 모델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입니까.
"개별 주택 자가소비 지원과 마을 단위 자립 모델입니다. 미국 테슬라가 배터리와 태양광을 일반 국민에게 직접 팔아 자가소비하게 만들듯 우리도 과거의 직접 보급보조를 살려 자가용 태양광을 대폭 넓혀야 합니다. 예전에는 한국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마트에서 가정용 태양광 패널을 팔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국민 모두가 참여해 달성할 수 있습니다. 농어촌은 마을 단위 설비만으로도 전력 자급이 충분합니다. 특히 농촌은 난방용 열 수요가 큰 만큼 전기와 열 모두 재생에너지로 공급해 전기요금을 '제로'로 만들고 남는 전력은 팔아 마을 공동 소득으로 돌려주는 식입니다."

▷지역 단위의 자급자족 모델이 안착하려면 제도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합니까.
"현재 활용 중인 전력 프로슈머 제도 등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소규모 단위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던 전력 자치 제도를 기초지자체 단위 등으로 넓혀, 지방에서 전력을 보다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에너지 자치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정부 주도형 에너지고속도로 못지않게 지자체 단에도 전력망 건설과 운영에 관한 자율적 권한을 열어주자는 취지입니다. 이렇게 중앙망과 지역망의 역할을 분담하면 불필요한 에너지 정쟁도 사라집니다. 원전은 거대한 에너지고속도로에 적합한 집중형 기저전원이고, 재생에너지는 작은 단위까지 파고들 수 있는 분산전원이므로 학술적으로 두 전원이 충돌할 이유가 없습니다."

▷태양광 폐패널 등 수명이 다한 재생에너지 설비의 처리 문제도 주민 수용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히는데요.
"폐패널이나 노후 터빈 배출 문제는 과거부터 예견됐던 사안입니다. 국내에서는 폐패널을 가전제품과 같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틀에 넣어 관리 체계를 구축해 뒀습니다. 설치 주체와 제조사에 수거와 재활용 책임을 지우고 있는 거죠.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갖춘 편입니다. 다만 현재는 부품을 닦아서 다시 쓰는 재사용 중심인데, 앞으로 쏟아져 나올 폐기물을 고려하면 완전한 재활용과 친환경 해체 기술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합니다."

▷교수님께서 에너지자원경제학을 전공하고, 재생에너지 분야까지 깊이 파고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정 에너지원 하나에 갇히기보다 공급과 수요, 글로벌 공급망, 연구개발(R&D) 정책 등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분석해 왔습니다. 교수 부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연구를 본격화하면서 재생에너지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공학 기술에 대한 이해와 시장 경제 논리가 맞물려야 작동하는 분야입니다. 마침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이 태동하던 시기여서 초창기부터 정부 기본계획과 제도 설계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을 거쳐 세계에너지경제학회 부회장까지 역임하셨습니다. 오랜 기간 지켜본 한국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3%대에 불과한 에너지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복합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배터리와 전기차,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에너지와 핵심 광물 자원의 글로벌 공급망이 하나로 얽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발전원별 칸막이나 단순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에너지 안보와 자원 공급망, 산업 경쟁력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거시적 통합 전략이 절실합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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