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유창근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10월 19일 펴낸 ‘2차전지 난세에 나타난 전극공정의 두 영웅’을 선정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는 가운데 전극공정 장비기업에 주목했다.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기업들이 가동률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겪는 동안 일부 장비기업은 해외 고객사 확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배터리 생산비용을 낮추는 건식 전극공정 도입이 새로운 투자 수요를 만들 것으로 봤다.
◆ 불황 속 갈린 희비…장비는 달랐다
2차전지 업황은 최대 수요처인 전기차시장의 흐름과 맞물려 움직인다. 다만 최근 전기차시장은 지역별로 분위기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유럽은 친환경 정책을 바탕으로 판매가 늘고 있지만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미국은 보조금 폐지 이후 수요가 위축됐다.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수요 부진의 여파를 크게 받고 있다. 여기에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이어온 공장 증설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수요가 늘어난 생산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가동률은 2024년부터 50% 안팎으로 낮아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업황 회복에는 전기차 수요 반등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업계의 침체에도 일부 장비기업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소재 제조사보다 대규모 생산설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부담이 작아 매출이 줄어도 수익성을 방어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해외 고객사를 확보한 기업은 유럽 등 배터리 투자가 이어지는 시장에서 수주를 늘려 미국의 수요 부진에 따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리포트는 여러 장비업체 중에서도 ‘전극공정'을 주력하는 기업들에 주목했다. 전극공정은 배터리 제조의 앞단에서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과정이다. 배터리 제조의 기본 공정인 만큼 소재나 형태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 특정 배터리 기술이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더라도 장비 수요의 불확실성이 낮다는 것이다.전극공정의 가치를 높이는 또 다른 변화는 건식공정의 등장이다. 기존 습식공정은 배터리 소재를 액체 용매와 섞은 뒤 금속판에 바르고 다시 말려 전극을 만든다. 문제는 건조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50~100m에 달하는 건조 장비가 막대한 공간을 차지하는 데다 코팅과 용매 회수 과정에는 셀 제조 소비전력의 48.2%가 들어간다.
반면 건식공정은 액체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가루 형태의 활물질을 직접 도포하고 압연해 전극을 만든다. 용매를 증발시키기 위한 대규모 건조 과정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만큼 생산 비용과 에너지 사용량도 낮출 수 있다. 건식 전극공정을 적용할 경우 셀 생산에 들어가는 소비전력을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건조설비를 없애는 것만으로 전환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루를 균일하게 섞고 고르게 펼친 뒤 금속박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혼합·도포·압연 장비에 요구되는 성능도 높아진다. 배터리기업의 공정 전환이 장비기업에는 신규 장비 발주와 교체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건식공정 확산을 뒷받침할 요인이다. 주요 기업들이 개발하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수분에 취약하다. 습식공정에서는 건조 이후에도 남을 수 있는 미량의 수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상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와 건식 전극공정이 함께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 전극공정의 '두 영웅'
전극공정 변화의 수혜주로는 피엔티와 SFA넥셀이 꼽혔다. 피엔티의 강점은 고객사 다변화다. 유럽의 ACC·파워코뿐 아니라 중국의 고션·EVE에너지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유럽 내 생산시설을 늘리는 과정에서 동반 진출 기회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피엔티는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라인 전체를 공급하는 ‘턴키 사업’도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피엔티는 올해 6월 0.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사에 전체 생산공정과 수율을 보여주는 실증시설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신생 배터리기업은 장비를 개별 구매한 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 쉽다. 이미 검증된 공정과 설비를 한꺼번에 도입하려는 수요가 생기는 이유다. 전 공정 턴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피엔티의 수주 규모는 기존 전극장비 공급 대비 최대 4~5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SFA넥셀은 모회사 SFA와의 기술 협력이 핵심이다. 기존 습식 코터에 SFA의 중적외선·레이저 건조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코터를 선보였다. 건조설비 길이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기존 방식의 부담을 낮추는 장비다. 건식공정이 도입된 뒤에도 습식공정이 병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이브리드 코터에 대한 수요도 기대된다.
다만 실제 양산 현장에서 수율과 성능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터리 제조사는 장비 교체에 따른 생산 차질에 민감해 새로운 기술 도입에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고객사 확보가 수주 회복의 관건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도 실적을 보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이 부문은 매출 235억원, 영업이익 23억원으로 흑자전환을 했다. 비용구조 개선과 차세대 소형 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재무 여력도 강점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를 바탕으로 업황 회복을 기다리며 기술 개발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주주환원도 모색할 수 있다.
IBK투자증권은 두 기업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피엔티 4만7000원, SFA넥셀 1만500원으로 각각 산정했다.
김세은 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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