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2월 동전주 퇴출 요건 신설과 시총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장폐지 개혁안을 발표한 뒤 코스닥시장 중소·중견기업이 M&A 시장에 몰려가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우량 기업도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M&A 움직임이 혁신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좀비기업 간 합병은 이런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시총 300억원 미만 코스닥 업체 대부분이 M&A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으로 내년 7월부터 상장폐지 요건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총 300억원 미만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상장폐지 개혁안이 발표된 2월 12일 182곳에서 이달 20일 344곳으로 약 9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1125.99에서 781.97로 폭락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전반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 시총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당수 코스닥 상장 중소업체는 M&A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B사는 신사업으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계획 대신 M&A를 통한 성장으로 중장기 목표를 수정했다. B사 대표는 “최근 들어 매주 M&A 관련 전화 문의를 받고 있다”며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과 가격대가 맞아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 코스닥 기업의 M&A가 더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물밑에서 진행되는 M&A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 조치로 부실기업을 줄이고 중복 상장 폐해를 막는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M&A가 상장폐지를 피하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없이 덩치만 불리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며 “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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