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30년 전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가계 및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내수 위축으로 물가와 임금이 정체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소비 위축과 디플레이션, 인구 감소 등에 직면해 1990년대 일본의 장기 침체를 닮아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수출 실적이 양호한 것과 달리 고용과 가계소비 등의 침체가 중국 경제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도 전년 동월보다 36.3% 급증했다. 하지만 내수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9%에 그쳐 저물가 압력이 이어졌다. 올해 1~9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약 21%, 고정자산투자는 7.2% 감소했다.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가 산출한 ‘일본화지수’에서 중국은 최근 5년간 일본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화지수는 GDP 갭(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 물가 상승률, 중앙은행 정책금리를 합산한 지표로, 낮을수록 일본식 장기 침체에 가깝다는 의미다. 쓰가미 도시야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증상만 치료하고 있을 뿐”이라며 “실제로는 문제가 더욱 커지고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부채 증가도 과거 일본과 닮았다. 일본은 2009년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중국도 202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엔과 노무라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60년 4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8.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중앙·지방정부의 연간 이자 지급액도 2014년 3480억위안에서 올해 약 1조4000억위안으로 네 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재정수지도 1993년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장기간 적자가 이어져 정부 부채가 누적됐다. 마이클 페티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 국가 부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경쟁력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일본 장기 불황에는 산업 경쟁력 약화가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세계 시장을 장악한 일본 기업은 199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 등 후발국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 주력 산업에서 경쟁력이 약화해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축소됐다.
반면 중국 산업의 경쟁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8%였다. 지난해 상품무역 흑자도 약 1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 연구위원은 “지금 중국 핵심 산업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후발 경쟁국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기업 경쟁력과 수출 호황으로 중국이 장기 침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FT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산능력만 확대하면 과잉생산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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