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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야구 역사 '잠실구장' 굿바이…3만석 돔구장 '대변신'

입력 2026-10-21 17:50   수정 2026-10-22 02:45


한국 야구의 환희와 눈물을 품은 서울 잠실야구장이 44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0일 2026 신한 쏠 KBO리그 포스트시즌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LG의 패배로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의 시즌 종료가 확정됐다. 1982년 한일전에서 터진 한대화의 역전 3점 홈런부터 2009년 나지완의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까지 한국 야구사를 수놓은 숱한 명장면이 이곳 잠실야구장에서 탄생했다. 수천만 야구팬의 추억이 녹아 있는 잠실야구장은 이제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으로 변신하기 위해 문을 닫는다.
◇KBO와 함께 성장한 잠실구장

1982년 7월 15일 개장한 이후 잠실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중심 무대였다. 그해 9월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 0-2로 뒤지던 8회말 김재박이 ‘개구리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고 한대화가 역전 3점 홈런을 쏘며 5-2 승리를 거뒀다. 한국 야구에서 ‘8회의 기적’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한국프로야구(KBO)도 잠실야구장과 함께 성장했다. 1983년 MBC 청룡(LG 트윈스의 전신)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1986년 OB 베어스(두산 베어스의 전신)가 합류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시작이었다.

좌우 펜스 100m, 중앙 125m의 넓은 외야는 잠실만의 야구를 만들어냈다. 1990년대 LG는 주루 플레이와 적시타 중심의 ‘신바람 야구’로 넓은 외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94년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으로 구성된 ‘신바람 삼총사’가 LG 우승을 이끈 비결 역시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이었다.

두산은 타이론 우즈, 김동주, 심정수로 이어지는 ‘우동수 트리오’를 앞세워 넓은 벌판을 장타로 지배했다. 김동주는 2000년 잠실 최초로 장외 홈런을 터뜨렸다.

잠실은 한국시리즈 우승의 무대이기도 했다. 1994년 LG 김선진의 끝내기 홈런, 2009년 KIA 나지완의 9회말 끝내기 홈런은 지금도 회자된다. 2015년까지 중립구장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른 잠실에서 KIA는 아홉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잠실야구장은 KBO 특유의 응원 문화가 탄생하고 발전한 무대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반까지 야구장은 거친 욕설과 빈 병이 날아다니는 거친 공간이었다. 1993년 LG는 매 경기 응원단을 운영한 데 이어 이듬해 모든 관중에게 응원 도구로 노란 막대풍선을 제공했다. 또 승부처마다 구호를 외치는 ‘열광’ 응원은 잠실 관중석에 뜨거운 물결을 만들었다. 두산의 전신 OB가 1998년 도입한 리듬 응원은 선수별 응원가와 노래, 박수, 율동이 어우러진 응원으로 확대되면서 KBO를 대표하는 문화로 발전했다.
◇마지막 승리 투수는 기아 시라카와
44년 역사의 마지막 장은 KIA가 장식했다. 20일 준PO 3차전은 KIA가 LG를 13-1로 꺾고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잠실에 마지막 기록을 남긴 승부가 됐다.

김도영은 2회초 만루홈런을 터뜨려 잠실의 마지막 만루포 주인공이 됐다. 비거리 145.8m의 대형 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 최연소 만루홈런 기록(23세18일)도 세웠다. 7회초 우중월 솔로포를 날린 한준수는 마지막 홈런 타자로 남았다.

마지막 승리 투수는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KIA 시라카와 게이쇼다. LG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는 마지막 패전 투수가 됐다. KIA 박민은 마지막 타점, 김선빈은 마지막 득점을 기록했다. LG 이주헌은 9회말 2사 후 안타를 쳐 잠실의 마지막 안타 주인공이 됐다.

잠실야구장은 철거되고 그자리에 2032년 준공을 목표로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이 들어선다. LG와 두산은 내년부터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쓴다. 부모의 손을 잡고 잠실야구장 계단을 오르던 어린이는 어느새 어른이 돼 한국 야구를 응원하고 있다. 44년 역사의 야구장은 사라지지만 그곳에서 쓰인 수많은 이야기는 앞으로도 한국 야구의 심장을 뛰게 할 것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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