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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읽고 사람을 키운 60년…경희대 경영대학원, 2000명 규모 넘어 세계로 도약 시동 [경희대 경영대학원, 다음 60년 설계①]

입력 2026-10-27 05:00  

변화를 읽고 사람을 키운 60년…경희대 경영대학원, 2000명 규모 넘어 세계로 도약 시동 [경희대 경영대학원, 다음 60년 설계①]




1746명. 2026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재학생 수다. 2010년 804명에서 16년 만에 117.2% 늘었다. 휴학생 187명을 포함하면 재적학생은 2000명에 가깝다. 재적학생이 650~950명 수준인 국내 주요 경영대학원이나 경영전문대학원과 비교해도 큰 규모다.

1966년 출발한 경희대 경영대학원이 올해 개원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60년간 일반 경영학 교육을 넘어 아시아 비즈니스와 군 위탁교육 등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이제는 커진 규모에 발맞춰 세계 무대로의 도약에 시동을 걸고있다. 인공지능(AI) 활용과 산업구조 재편 등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존의 교육과정도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하며 다음 60년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글로벌·군을 아우르는 경영교육


“다양한 국적의 원우들과 팀 프로젝트와 토론을 하면서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중국 유학생 조능흔 씨가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얻은 배움이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의 비즈니스 흐름을 배우고 현장 방문을 통해 이론을 확인하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경영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경희대 경영학 석사과정(MBA)이 제공하는 학습 환경의 한 단면이다.

경희대 MBA는 산업별 전문교육을 제공하는 제너럴(General) MBA, 국제적 관점에서 경영을 배우는 글로벌(Global) MBA, 군 간부의 직무와 학업을 연결하는 밀리터리(Military) MBA 등 세 가지 교육체계(학위)를 운영한다. 각기 다른 현장의 요구를 교육으로 끌어들이면서 경영학의 적용 범위를 넓혀 왔다.

제너럴 MBA는 의료경영·문화예술경영·경영 컨설팅 등 산업별 전문교육과 경영학의 공통 기반을 연결한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조직의 전략과 성과로 이어가려면 재무와 마케팅, 조직 운영과 인적자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을 운영할 때는 서비스의 질과 비용, 인력과 기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콘텐츠의 가치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면 시장과 유통, 재원 조달과 조직 운영을 이해해야 한다. 산업마다 다른 문제를 살피되 경영 전반을 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이 제너럴 MBA의 교육 방향이다.

글로벌 MBA에는 중국·아시아 비즈니스 교육을 이어온 경희대 경영대학원의 경험이 담겨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러시아, 서구권 등 다양한 국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유학생들이 모이면서 국제적 교육환경도 넓어졌다. 10여 년 전 300~400명 수준이던 글로벌 MBA 유학생은 현재 600명을 넘어섰다.

한국이 유학 목적지로서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경희대가 중국에서 쌓아 온 교육·학술 교류의 역사가 기반이 됐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던 2000년대 초반 ‘경희대–칭화대 중국비즈니스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설립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강재식 경영대학원장은 당시 주임교수로 매 학기 2주간 현지연수를 이끌며 기업인들과 중국 각지를 누볐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부터 동북3성, 신장과 티베트까지 30곳이 넘는 지역에서 산업 현장을 살피고 대학·지방정부와 교류했다. 이 과정에서 쌓은 중국 학계·산업계와의 접점이 경희대 MBA의 대중국 교류 기반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중국 비즈니스 교육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2003년 국내 MBA 최초로 차이나(CHINA) MBA 전공을 설립했고, 2022년에는 아시아(ASIA) MBA 전공으로 교육 범위를 넓혔다. 아시아 MBA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재학생 수는 2024년 1학기 161명에서 2026년 2학기 304명으로 약 89% 증가했다.

강 원장은 “서로 다른 시장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환경은 국제경영 교육의 자산”이라며 “한 시장에서 통했던 전략이 다른 시장에서는 왜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 국가별 제도와 소비문화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비교하고 토론할 때 학생들은 경영 문제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리터리 MBA는 군 간부들이 복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경영학을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한 과정이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1998년 학군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1999년 국내 대학 최초로 군부대 내 이동수업장을 개설했다. 현재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을 대상으로 전국 12개 교육장을 운영한다.

전국 단위의 교육망은 군 간부들이 근무지를 옮겨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군인은 인사이동에 따라 근무지가 바뀌는 일이 잦다. 한 지역에서 학업을 시작했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 수업을 계속 듣기 어려울 수 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전국 교육장을 통해 이런 부담을 줄이고, 복무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경희대 교수진이 직접 부대를 찾아가 강의하고, 학업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교육장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교와 같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단 얘기다.

교육 내용은 군 조직 운영에 필요한 역량을 넘어 기업 경영과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재무·조직·전략 등 경영학의 기본 지식을 익히고, 국제경제와 안보 환경의 변화도 함께 살펴본다. 이를 통해 군 간부들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과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르는 동시에 국제정세와 산업 변화를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학비 부담도 낮췄다. 학군 제휴 과정은 등록금의 50%를 감면하고, 계약학과 과정은 등록금의 50%를 국비로 지원한다. 지금까지 약 3000명이 이 과정을 통해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정규 학위과정 외에도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최고경영자과정(AMP)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최고위과정 등 비학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1967년 개설한 AMP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1기 원우로 맞으며 출발했다. 올해 120기 신입생을 모집하며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ESG 최고위과정은 10기째 진행하고 있다.




◆유연한 교육체계로 다음 60년 준비


경희대 경영대학원이 올해 교육체계 개편에 나섰다. 기존 5학기제를 4학기제로 전면 전환하고 전공편제도 개편했다. 산업과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경영교육 역시 기존의 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재직자들의 학업 부담을 덜면서도 교육의 전문성과 밀도를 높이고, 현장의 변화에 맞춰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개편의 방향이다.

전공편제 개편은 학과 간 경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8개 학과·18개 전공을 5개 학과·17개 전공으로 재편하고, 전공기초와 공통필수 과목은 ‘기초공통’으로 통합했다. 전공별 전문성은 유지하면서 유사한 분야를 연결해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넘어 다른 영역의 지식도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략경영이나 기술경영 등 여러 분야가 만나는 주제에도 접근하기 쉬운 교육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교육 내용도 전통적인 MBA 커리큘럼에 한정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ESG, 지식재산권 등 산업 현장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주제를 공통교육에 반영하고, 생성형 AI처럼 다양한 직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교육과 연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특정 전공에 국한하지 않고 학생들이 각자의 업무와 관심 분야에 필요한 지식을 접하도록 교육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키워드는 ‘유연함’이다. 전공의 경계를 낮추되 각 분야의 전문성은 살리고, 산업 변화에 맞춰 교육 내용도 조정하는 것이다. 정해진 틀에 학생을 맞추기보다 각자의 업무와 관심 분야에 필요한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의 선택지를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

학습 환경도 개선한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AI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 도입과 글로벌 라운지 조성 등을 계획 중이다. 언어 장벽을 낮추고 학생 간 교류를 지원해 국제적 다양성을 교육의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취지다.

재학생 규모와 교육 기반을 갖춘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산업의 변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전공 간 융합을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습 경험으로 연결해 교육의 가치를 높여 나가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질적 성장이 아시아 톱 MBA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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