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장애인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에 제품 우선구매를 의무화했지만 외교부와 통일부, 산업통상부 등 주요 정부 부처들이 법정 기준을 반복적으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앙행정기관의 절반 이상이 의무구매 비율을 채우지 못했다. 일부 부처는 5년 연속 기준에 미달했지만 반복적으로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은 중앙행정기관과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을 장애인기업제품으로 구매하도록 한다. 민간시장에서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장애인기업에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정작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들이 법정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의 지난해 장애인기업제품 구매비율은 0.1%로 법정기준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전체 구매액 2664억원 가운데 장애인기업제품 구매액은 2억6900만원에 그쳤다. 통일부도 전체 구매액 470억원 중 7800만원만 장애인기업제품 구매에 사용해 구매비율이 0.2%에 그쳤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질병관리청도 지난해 구매비율이 0.2%로 5년 연속 기준에 미달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구매비율이 0.6%로 최근 5년 중 네 차례 법정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지식재산처 역시 같은 기간 네 차례 미달했다. 특히 지식재산처는 지난해 전체 구매액 243억원 가운데 장애인기업제품 구매액이 51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공공기관에서도 의무구매 비율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847곳 중 176곳이 법정 기준에 미달했다. 전년보다 18곳 늘었다. 미달 기관 비율은 2021년 21.6%, 2022년 20.4%, 2023년 20.8%, 2024년 18.8%, 지난해 20.8%로 5년째 20% 안팎에 머물렀다.
장애인기업제품 공공구매액도 줄었다. 2024년 2조7695억원에서 지난해 2조5368억원으로 1년 새 2328억원(8.4%) 감소했다. 다만 전체 공공구매 규모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현행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은 중기부 장관이 구매목표에 현저히 미달하는 기관에 개선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송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서는 반복 미달 기관에 대한 별도 관리 대책이 확인되지 않았다. 매년 구매실적을 파악하면서도 의무구매 비율을 지키지 않는 기관의 미달 사유를 점검하고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리에서도 장애인기업제품 구매실적은 빠져 있다.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에는 장애인 고용률이 공시 지표로 포함돼 있지만 장애인기업제품 구매비율은 별도 공시 지표로 관리하지 않는다. 장애인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한 법정 의무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의원은 "장애인기업제품 법정 구매비율은 장애인기업의 공공 판로를 뒷받침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5년째 미달 기관 비율이 제자리걸음인 데다 구매액마저 줄어든 만큼 중기부가 반복 미달 기관을 중심으로 원인을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조 요청과 개선조치 요구를 넘어 법정 구매비율의 이행력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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