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거점을 둔 사기 조직이 범죄수익을 빼돌려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 조직원에게서 압수한 현금을 예외적으로 몰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년과 현금 2억4325만원의 몰수를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4년 5월부터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둔 투자사기 조직에 가담해 회원 관리 등을 맡으며 피해자 321명으로부터 약 6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직은 유명 해외 리조트를 사칭한 투자상품을 내세워 축구경기에 이른바 '역베팅'을 하면 93.75%의 확률로 수익을 얻고 원금도 보장된다고 속였다.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사기 방식이었다.
형법상 몰수는 범죄 관련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제도로,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할 사기 피해금은 원칙적으로 몰수할 수 없다.
다만 부패재산몰수법은 피해자가 민사상 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직접 피해를 회복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몰수를 허용한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도 현금 몰수는 인정하지 않은 반면, 2심은 조직적인 자금세탁과 해외 반출 가능성 등을 근거로 예외적 몰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전체 피해액 61억원 가운데 압수된 현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의 최종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해 조직원들을 상대로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2심은 피해자 71명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4년으로 낮추면서도 현금 2억4325만원에 대해서는 몰수를 명했다.
이번 판결은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적 사기 범죄에서 피해 회복이 매우 어려운 경우 범죄피해재산도 예외적으로 몰수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몰수된 재산은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피해 회복 절차를 거쳐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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