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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제발 천천히" 애원에도 194㎞ 질주…남편은 선처 호소

입력 2026-10-22 13:32  

어린 두 딸을 차에 태우고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20대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여성의 남편이 지인 1135명에게 선처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부 지인은 어떤 사건에 대한 탄원서인지도 모른 채 서명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히든아이'에서는 1월 9일 오후 9시 20분께 충남 홍성군 홍북읍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재판 과정과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 A씨의 남편은 동호회 등을 통해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아내의 선처를 부탁했다. 이렇게 모은 탄원서에는 총 1135명이 서명했다.

문제는 일부 지인이 어떤 사건에 대한 탄원서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를 듣지 못한 채 지인의 부탁으로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1월 9일 오후 9시 20분께 충남 홍성군 홍북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1%였다. 차량 뒷좌석에는 4세와 6세인 두 딸이 타고 있었다. A씨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A씨는 친구 집에서 귀가할 때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지만, 이동 도중 기사를 돌려보냈다. 집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당시 차량 블랙박스에는 두 딸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한 아이가 "엄마 천천히 가줘"라고 부탁했지만 A씨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엄마 나 무서워"라고 울먹이자 오히려 "조용히 해", "너희가 무서워도 상관없어"라고 소리쳤다.

제한속도가 시속 60㎞인 도로에서 A씨의 차량은 최고 시속 194㎞까지 달렸다. 중앙선을 넘나들고 신호를 위반하는 위험한 운전도 이어졌다.

사고는 앞서가던 차량을 피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A씨는 시속 137㎞로 달리던 중 오토바이를 들이받았고, 충돌 후에도 약 100m를 더 주행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28세 남성은 외상성 뇌출혈로 숨졌다. 배달 대행업체를 운영하던 피해자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며, 사고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퇴근하던 길이었다.

피해자는 사고 직후 여자친구에게 "나 몸이 이상해, 안 움직인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 직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여자친구에게 "너 때문에 우리 애들 놀랐잖아"라고 말하는가 하면 "나 신호 위반도 안 했고 시속 80km로 달렸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처음에는 운전 사실을 부인했다. 이후 조사에서는 사고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두 딸을 위험에 노출한 데 대해서는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형량을 정하면서 자동차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남편의 선처 탄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A씨 측은 모두 항소했다. A씨는 지난 8월 시작된 항소심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혐의를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할 시간을 요청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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