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부천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한 가운데, 현직 소방관이 남긴 글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017년부터 소방관으로 근무해 온 작가 백경(필명)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진석 소방위의 죽음을 두고 누군가 '소방관 순직하면 가족은 로또 맞은 것임. 소방공무원 6만명이 조의금 모으면 10억임'이라고 말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소방서에서 일하다 죽으면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십시일반 조의금을 모아서 전달한다. 공무원이 평생 일해도 모을 수 없는 큰돈이다. 지방에 아파트 한 채는 얻을 수 있고, 남은 건 아이들 대학 교육까지 시킬 정도는 된다. 그래서 우리끼린 죽어도 꼭 불 끄다 죽어야 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그 농담은 사실 농담이 아니라 주문"이라면서 "뜨거워도 들어가야지. 죽어도 불 끄다 죽어야지. 불 끄다 죽으면 내 가족은 걱정 없으니까. 용기를 내게 만드는 주문"이라고 덧붙였다.
백 작가는 "당신 말처럼 우리는 긁으면 100% 당첨되는 로또다. 덕분에 없던 용기를 쥐어짜서 현장에 뛰어들 수 있다. 죽어도 불 끄다 죽어야지. 주문을 왼다"라며 글을 마쳤다.
해당 글에는 소방관 가족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소방관의 아내는 "그런 로또는 필요 없으니까 남편이 무사히 귀가했으면 하는 가족 1인"이라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이는 "어차피 매번 사도 안 되는 로또, 안 받는 게 더 낫다"며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 밖에도 누리꾼들은 "현직 소방관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와야 하는 세상이라니 참담하다", "우리 남편도 그런 말 하던데 헛소리하지 말라고 그랬다, "내 동생도 소방관이다. 10억 안 받아도 되니까 가정의 가장으로 오래 살길 바랄 뿐", "저런 말에 마음 상하지 마시길" 등의 댓글을 덧붙이며 소방관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후 백 작가는 근조 리본을 패용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월요일 출근하니 책상에 근조 리본이 놓여 있다. 입사 10년 차. 작년 한 해만 제외하고 해마다 꼬박꼬박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적게는 한 번, 많게는 세 번씩. 처음엔 요령이 없어 삐뚤빼뚤 달았는데 이제는 한 번에 똑바로 달 수 있다. 그 익숙함이 슬프다"라고 적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서 김진석 소방위는 지난 16일 경기 부천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김 소방위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까지 불과 20여 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영결식이 엄수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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