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승과 함께 가파르게 증가한 투자자예탁금이 4개월여 만에 50조원 이상 감소했다. 급락장이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추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코스피를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8조6841억원으로, 올해 가장 적었던 지난 1월13일의 88조489억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1일 9개월여만에 90조원이 무너진 이후 다시 줄어들면서 올해 가장 낮은 수준까지 줄어든 것이다.
앞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4일 139조694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후 증시 조정이 이어지면서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 14일 100조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6거래일 만에 90조원 선마저 붕괴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 중 아직 투자에 사용하지 않은 자금이다.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인 만큼 주식 시장의 활력 지표로 평가받는다.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1000만원을 넣어 삼성전자 주식을 700만원어치 매수하고 아직 300만원이 있다면 남아 있는 300만원이 투자자예탁금이 된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7000선에서 5500선까지 밀리는 등 큰 폭의 조정을 겪으면서 투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서만 약 15조원 감소했다. 증시 반등을 뒷받침할 대기성 자금이 줄어들면서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 여력도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도 차입 규모를 줄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초 33조3901억원에서 지난 21일 30조2710억원으로 3조원 넘게 감소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와 투자자의 대출 상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신용융자 잔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SK하이닉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3일 이후 7거래일 연속 감소하며 약 65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역시 신용융자 잔고가 5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도 약해지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매수 대기자금 역할을 하는 고객예탁금은 코스피 흐름에 비해 유입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며 "국내 증시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설명했다.
강혜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개인자금은 국내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8월 이후 원화 강세가 달러 환전 수요를 자극하고 국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는 "예전에는 주가가 빠지면 실적 괜찮은 종목 골라서 버티거나 물타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상식이 전혀 안 통한다"며 "외국인이 수십조원씩 팔아치우는데 개인이 무슨 수로 받아낼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개인 투자자는 " 하루에도 몇 퍼센트씩 오르내리고 사이드카까지 반복되니 어디가 바닥인지 감도 안 잡힌다"며 "이제는 주식시장이 개인 투자자 놀이터가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만의 놀이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당분간 코스피를 떠나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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