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상장 신고서를 제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지만, 향후 '8000억달러'이상의 인프라 투자 약정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주주의 경영 통제권을 제한하는 지배구조도 상장 이후 기업가치 평가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앤트로픽은 2021년 오픈AI를 떠난 창업자 7명이 'AI 안전성'을 중시하는 기업을 설립하면서 출범했다. 창업자들은 상장신고서에서 '인류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책임 있는 AI 개발이 회사의 핵심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러한 기업 문화가 우수 인재 확보와 장기적으로 가치가 높은 연구에 집중하는 데 경쟁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창업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난 오픈AI와 달리 앤트로픽은 창업진 7명이 경영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재무 실적에서는 가파른 성장세가 확인됐다. 앤트로픽의 지난해 매출은 46억달러였지만 올해 1~9월 매출은 330억달러를 넘어섰다. 설립 5년 차인 이 회사의 최근 1년간 직원 1인당 매출은 660만달러에 달했다. 다만 올해 1분기에서 2분기 사이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과 달리 2분기에서 3분기 사이 증가율은 약 50%로 둔화했다.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2025년 1분기 매출 1달러를 창출하는 데 컴퓨팅과 인프라 비용으로 2.5달러 이상을 지출했지만, 2026년 2분기에는 이를 0.5달러 미만으로 낮췄다. 올해 6월 말까지 3개월간 영업이익은 10억달러, 영업이익률은 8%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억달러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 같은 비용 개선에는 자체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차세대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등 컴퓨팅 자원의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앤트로픽의 매출 대비 컴퓨팅 지출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 201%에서 올해 상반기 55%로 낮아졌다. 회사는 단기 투자 부담에 대응할 수 있는 현금 112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한 지출 규모에 따라 분기별 실적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투자 약정 가운데 하나는 브로드컴과의 계약이다. 브로드컴은 구글과 함께 AI용 텐서처리장치(TPU)를 개발하며, 앤트로픽은 5년 동안 161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해당 컴퓨팅 자원을 공급받는다. 2028년부터는 TPU에 최대 1500억달러를 추가 지출할 계획이다.
AMD와의 거래도 확대된다. 앤트로픽은 AMD 반도체 시스템에 2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며, 이를 약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선택권도 확보했다. AMD는 반도체 공급에 맞춰 앤트로픽에 최대 50억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스페이스X와 체결한 계약은 2029년까지 최대 1205억달러 규모다. 앤트로픽은 오는 12월 관련 컴퓨팅 설비가 모두 가동되면 월 이용료가 약 3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측은 내년 초부터 90일 전에 통보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클라우드 공급 계약도 대규모로 체결됐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10년간 최소 2694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흥 클라우드 사업자인 엔스케일(Nscale)과 람다(Lambda)와의 계약 규모도 최대 860억달러에 이른다.

구글은 현재 약 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체결한 계약에 따라 최대 2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수 있어 지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상장 가격으로 100억달러를 투자하거나 양측이 합의하면 IPO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선택할 수 있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평가이익도 상당하다.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스파크캐피털은 10억달러 미만을 투자해 145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47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코튜(Coatue)의 보유 지분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2조달러 기업가치가 실제 상장에서 인정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배구조의 최상단에는 장기공익신탁(LTBT)이 있다. 신탁은 자체적으로 수탁자를 선임하며, 원칙적으로 앤트로픽 이사회 이사 7명 가운데 4명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권한을 갖는다. 현재 수탁자에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하버드대 물리학·천문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스텁스가 포함돼 있다.
다만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공동창업자인 그의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는 신탁에 의해 이사회에서 해임될 수 없다. 나머지 이사 3명은 주주들이 선출하지만, 실제로는 아모데이 남매와 다른 창업자 5명이 결정하는 구조다. 창업자들은 특별 의결권 주식을 통해 전체 의결권의 50.1%를 유지하면서 일상적인 경영 통제권을 확보한다.
신탁이 사실상 이사회 결정권을 좌우하는 네 번째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도 제약이 있다. 다니엘라 아모데이가 참여하는 이사회 후보추천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견이 충돌하면 직원들을 대표하는 투표를 통해 교착 상태를 해소하도록 설계됐다.
앤트로픽 창업자들은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경영진의 결정이 투자자들의 기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이익 극대화와 공공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개별 사업 판단이 이례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입을 순수한 금전적 거래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AI 모델에 대한 통제력 상실 가능성도 언급됐다. 향후 모델이 작동 중단에 저항하거나 정보를 은폐·조작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자기보존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협박과 유사한 강압적·기만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위험도 포함됐다. 앤트로픽은 이런 위험을 단일 보험사는 물론 보험업계 전체가 보장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불확실성으로 지목됐다. 앤트로픽은 미국 행정부가 비용을 늘리거나 사업을 제한하고, AI 모델 수요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올해 미국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정부 기관과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의 약 1%를 차지한다.
회사는 경쟁 압력과 고위 경영진의 이탈, 급격한 조직 확대가 핵심 기업 문화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우려했다. 앤트로픽은 자사가 직면한 여러 위험이 서로 연결돼 있으며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연쇄적인 악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