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중반 미국과 영국 등에서 결혼을 앞둔 젊은이에게 가장 실용적인 선물은 틀니였다. 충치가 생길 미래를 걱정하느니 멀쩡한 이를 모두 뽑고 의치로 갈아 끼우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문제는 당시 틀니의 씹는 능력이 자연치아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몸을 기계처럼 고쳐 쓰겠다는 오랜 꿈에는 이처럼 기발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시행착오가 숨어 있다.
과학 저술가 메리 로치의 신작 <인체 수리 매뉴얼>은 망가진 신체를 고치고 대체하려는 인류의 분투를 추적한다. 코를 재건하기 위해 이마의 피부를 이용하던 고대의 수술부터 유전자 편집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고 줄기세포로 모낭을 만드는 첨단 연구까지 3000년에 걸친 인체 수리의 역사를 종횡무진한다. 인간의 몸은 어디까지 교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한 독자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출발했다. 선천적인 발의 문제로 오랫동안 고통받던 한 여성은 수술해줄 의사를 찾아 수십년을 헤맨 끝에 발을 절단하고 의족을 달았다. 저자는 그 사연을 접하고 의문을 품었다. 고관절이 망가지면 인공관절로 교체하면서 왜 발을 의족으로 바꾸는 일은 그토록 어려웠을까. 마침 예순을 넘긴 저자 역시 자신의 몸이 하나둘 낡아가는 것을 체감하던 참이었다. 그는 의학 연구소와 수술실, 인공장기 개발 현장을 찾아 나섰다.
인체를 수리하는 가장 기상천외한 방법은 다른 신체 부위에 새 임무를 맡기는 것이다. 결장의 일부로 방광이나 식도를 재건하고, 맹장 끝에 달린 작은 돌기인 충수를 이용해 소변이 지나가는 통로를 만들기도 한다. 암으로 음경 일부를 절제한 환자의 가운뎃손가락과 팔뚝 피부조직을 이용해 음경을 재건한 사례도 있다. 장의 일부로 질을 재건하면 이식된 조직은 새로운 자리에서도 장 특유의 수축 운동을 계속한다. 원래 소화를 담당하던 장기가 전혀 다른 역할을 맡으면서도 본래의 기능을 일부 유지하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은 때로 기존 장기의 쓰임을 바꾸는 데서 이뤄졌다.

실패와 시행착오의 역사도 흥미롭다. 19세기에는 혈액을 대신할 물질로 우유를 혈관에 주입하기도 했다. 16세기 덴마크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수학 실력을 둘러싼 말다툼 끝에 결투를 벌이다 코 일부를 잃었다. 이후 금속으로 만든 인공 코를 접착제로 붙이고 살았는데, 간혹 코가 떨어지는 곤란을 겪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고 3D 프린터로 인체 조직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혈관과 신경이 복잡하게 얽힌 장기를 실제 인체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은 여전히 난제다.
이 책의 강점은 저자가 과학의 성취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현장을 직접 찾아간다는 점이다. 중국의 이종이식용 돼지 사육시설을 방문하고, 몽골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하는 의료진과 동행한다. 1950년대에 제작된 철제 인공호흡기에도 직접 들어가 본다. 시신에서 이식용 조직을 채취하는 현장에서는 조직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살핀다. 기괴한 장면을 예상했던 독자에게 저자는 이 작업이 오히려 택배 물류에 가깝다고 농담한다. <스티프>에서 시신의 과학적 활용을, <꿀꺽, 한 입의 과학>에서 소화기관의 세계를 탐험했던 그는 이번에도 남들이 묻기 꺼리는 질문을 거침없이 던진다.
저자에게 편지를 보냈던 여성 주디는 이후 남아 있던 다른 쪽 발에도 심각한 감염이 생겨 두 번째 절단 수술을 받는다. 그는 새 의족을 착용하고 어린 손자와 함께 걸음마를 뗐다. 멀쩡한 이를 뽑고 틀니로 바꾸던 시대와 달리, 그에게는 원래의 신체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눈물막과 치아 사기질에 주목한다. 복잡한 심장이나 뇌도 아닌 평범해 보이는 이 조직들조차 과학은 아직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했다. 눈물은 단순한 소금물이 아니고, 치아 표면의 단단한 보호막도 광물질을 쌓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체 수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정교한 구조와 기능을 그대로 복제하는 일은 여전히 요원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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